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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뉴스AS] 백신 구입비는 왜 뒤늦게 편성되고, 모자랄까요?

등록 2021-01-07 11:36수정 2021-01-08 20:28

지난해 말 예비비 0.9조 늘려 1.3조 마련
야당 주장에 뒤늦게 0원에서 증액 이뤄져
예산 편성때 복지부 요청 없어 마련 못해

모더나 백신 잔금에 1200만명분 추가 확보
현재 확보한 돈에서 1.4조 가량 더 필요해
“외국은 선구매도 하는데 우리는 느긋” 비판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한 옥스퍼드대ㆍ아스트라제네카 로고와 코로나19 백신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한 옥스퍼드대ㆍ아스트라제네카 로고와 코로나19 백신의 모습. AFP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백신인 모더나 선급금을 포함해 백신 구입으로 1조원의 예비비 지출을 의결했지만, 향후 모더나 백신 잔금과 유통을 위해 추가 예산이 1조원 넘게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남은 예비비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리 충분한 예산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정부 아닌 국회가 백신 구입비 마련 7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까지 백신 도입을 위해 마련한 예산은 총 1조3천억원 규모다. 지난해 9월 4차 추경때 마련한 2천억원과 기존 예산을 이·전용해 마련한 2천억원 등으로 4천억원을 마련했고, 올해 예산에 백신 구입을 위한 예비비 9천억원을 추가했다.

백신 구입 재정은 정부보다는 국회가, 여당보다는 야당이 앞장서 충당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조의섭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예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먼저 백신 구입비를 포함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이 주장을 여당이 받아들여 9천억원 예비비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 안에는 한푼의 백신 구입을 위한 예산이 없어서 야당이 주장해 백신 구입비 9천억원이 예산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 8월 예산 편성 논의를 거쳐 9월에 발표했는데 당시는 백신이 개발 중이어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구입 관련 요구를 하지 않아 관련 사업비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며 “백신 도입 규모와 내용, 시기를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신 목적예비비로 대폭 증액해 반영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에 편성한 내년 예산에서 목적예비비를 전년도 2조원에서 3조8천억원으로 크게 늘려 잡았다. 증액한 예산 가운데 상당액은 지난해 9월 태풍·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지출한 국가채무 1조3천억원의 일부를 갚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국회가 심의하면서 3조8천억원 가운데 일부를 삭감하는 대신 재난지원금(3조원)과 백신 구입비(9천억원)을 추가해 총 7조원의 목적예비비를 통과시켰다.

예결위에 앞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야당의 주장으로 백신 구입비가 포함됐다가 제외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11월5일 보건복지위 예산소위에서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백신 구입비 9650억원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질병관리청 역시 이에 동의했다. 나성웅 질병관리청 차장은 이날 백신구입비 9650억원 편성에 대해 “수용한다”며 “백신이 내년에 2개의 개별 회사를 상대로 구입비를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3000만명이 되면 9650억이 소요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는 9650억원의 백신 구입비가 예산에 포함됐다. 그러나 정작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해 예산에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관련 예산을 소극적으로 짰다가 국회에서 증액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3월 1차 추경 당시 정부는 150개 음압병상을 마련하기 위해 300억원의 예산을 짰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300개 병상으로 늘어나 예산도 675억원으로 많아졌다. 지난해 9월 4차 추경 때에는 정부안에 없던 백신 구입비 1839억원을 국회에서 증액했다. 정부는 ‘방역이 경제다’라는 구호로 방역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예산 편성은 부족하거나 없는 상황이 반복돼 온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23시즌 동안 755개의 홈런을 친 '홈런왕' 행크 에런(87)이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모어하우스 의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23시즌 동안 755개의 홈런을 친 '홈런왕' 행크 에런(87)이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모어하우스 의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 백신 구입비 최소 2조3천억원 올해 백신 구입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늘어나면서 필요한 예산은 대폭 늘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해 11월4일 국회 복지위에서 “올해 추경과 (예산) 전용으로 3500억원 정도가 확보됐지만, 그 돈만 가지고서는 60%를 확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도 예산에서 예비비나 추경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집단면역을 위해 필요한 60% 수준인 3천만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후 국회 예산 논의하는 과정에서 4400만명분으로 늘어 예비비가 9천억원이 추가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예결위 논의과정에서 모더나를 포함한 전체 백신 구입비가 1조9천억∼2조원가량 되는데 일단 모더나 선급금을 포함시켜 예비비 9천억원을 추가해 총 1조3천억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결국 4400만명분을 위한 구입비만도 7천억∼8천억원이 더 필요한 사정이다.

여기에 백신 도입 물량이 최근 5600만명분으로 더 늘어나며, 추가된 1200만명분 도입을 위한 예산 약 6천억원이 더 필요해졌다. 이 때문에 목적예비비 7조원만으로는 백신 구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7조원 가운데 3차 재난지원금으로 지출 예정인 4조8천억원과 최근 백신 구입을 위해 의결한 1조원을 빼면 1조2천억원이 남는데, 추가로 필요한 재원은 1조3천억∼1조4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반 예비비 1조6천억원도 있어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리 백신 구입을 위한 예산을 충분히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은 직접 백신 개발에 투자도 하는 등 외국에서는 충분한 예산을 마련해 선구매를 하기도 하는데, 기재부는 (백신 구입에)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상황이라고는 하는데 예산 편성을 할 때는 기재부는 예산 편성 근거를 요구하고 복지부 등에서는 변동성이 커 근거를 만들어내기 힘들어 예산이 마련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응급상황에 맞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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