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84명까지 떨어져 또다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도 처음 시작됐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사태 영향으로 결혼이 크게 줄어, 향후 출생아 감소 추세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으로, 2019년 0.92명보다 0.08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0.9명대도 깨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까지 떨어지는 등 출생아 수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어서는 지역은 세종(1.28명), 전남(1.15명), 강원(1.04명), 충남(1.03명), 제주(1.02명), 경북(1.00명) 등 6곳이다. 서울(0.64명), 부산(0.75명) 등 대도시는 젊은층과 미혼 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출산율이 낮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가운데 한국이 0.98명으로 유일하게 0명대였다. 회원국 평균은 1.63명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27만2400명으로, 2019년(30만2700명)보다 10%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처음 30만명대로 내려간 뒤, 불과 3년 만에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출생아보다 3만2700명 많았다. 사망자보다 출생아가 적은 인구 자연감소가 처음 발생했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지난해는 코로나19로 혼인이 많이 감소한 상태여서 출생아 수가 조금 더 감소할 여지가 있고, 인구 고령화로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연감소는 조금 더 가팔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21만3513건으로, 전년 대비 10.7% 줄었다.
이러한 인구 감소 양상은 2년 전 정부가 내놓은 인구전망 가운데 ‘비관적 시나리오’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은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2021년 합계출산율을 0.86명으로 예상했고, 비관적으로 전망(저위추계)할 경우 0.78명이 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합계출산율(0.84명)이 이미 올해 예상치를 밑도는 상황이다.
저출생 심화는 고령화를 앞당겨 연금·의료비 등 복지지출 급증으로 이어지고, 반면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경제성장 및 재정수입이 약화할 수 있다. 정부는 2년 전 인구정책대응 태스크포스를 꾸려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장기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 인구정책 변천과 시대적 함의’ 보고서에서 “보조금 지급 같은 미시적 접근뿐만 아니라 가정생활 희생을 당연시하는 사회 문화, 양성 불평등적 노동구조 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전통적인 결혼·출산 가치관에서 벗어나 비혼 출산 등 젊은 세대가 원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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