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해 경기 순환에 역행할 수 있는 등 우려를 밝혔다. 기재부는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통합재정수지는 -3% 수준에서 관리하겠는 재정준칙을 시행할 계획으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30일 아이엠에프가 한국과 연례협의 뒤 펴낸 보고서를 보면, 재정준칙 가운데 통합재정수지 관리가 경기순환과 역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가채무비율 60% 목표는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통합재정수지 -3% 목표는 국가채무비율 안정화는 물론 경기순환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정준칙 가운데 통합재정수지 목표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보고서는 “경기 침체 때 국가채무비율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데, 이때 통합재정수지가 제한돼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기 어렵다”며 “경기 상승기에는 세수가 늘어나 통합재정수지가 개선될 수 있음에도 재정준칙에 가로막혀 향후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재정여력을 쌓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 호황으로 법인세, 소득세 등 정부 수입이 늘어나 통합재정수지가 흑자가 될 경우 이를 비축하는 대신 재정준칙에 따라 억지로 써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또 “통합재정수지 관리가 현재의 저금리 환경이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낮은 상황에서, 국가채무 조정을 통한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을 스스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정준칙 적용 예외조항 가운데 ‘경기침체’에 대해서는 “정의가 모호해 경제 위기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보다 명확하게 할 것으로 권고했다.
이런 지적은 국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국회 기재위의 재정준칙 검토 보고서는 “법령에 근거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국가재정의 유연한 대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국가채무 한도로 국가재정이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하면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고, 다시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정준칙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30일 기재부가 발의한 이후, 국회 기재위에 계류된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서 논의가 있기는 했지만, 향후 추가 논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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