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미등 대체 에너지원 선점 경쟁 치열
고유가시대 ‘원전붐’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고유가시대 ‘원전붐’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에너지원을 둘러싼 세계대전의 불길이 우라늄에까지 뻗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새롭게 조명 받으면서 우라늄을 선점하기 위한 강대국들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라늄이 ‘제2의 석유’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우라늄 확보 경쟁에 불 불이고 있는 건 역시 중국이다. 경제 발전의 동력을 유지할 에너지원 확보에 혈안인 중국은 카자흐스탄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우라늄을 입도선매할 태세다. 이미 카자흐스탄에서 카라산 우라늄광 개발권을 사들였고, 캐나다에서도 우라늄 사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직접 탐사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카자흐스탄 민쿠둑 우라늄광 개발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민쿠둑의 우라늄 매장량은 1만8천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브라질, 인도 등도 우라늄 확보와 탐사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우라늄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미국과 옛소련이 군비 경쟁을 벌였던 냉전 이후 최고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라늄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만 해도 우라늄 수요는 6만6천여t에 이르렀지만, 공급은 4만250여t에 그쳤다. 지금까진 그 차이를 옛소련에서 해체된 군사용 우라늄을 재활용해 근근이 메워왔으나, 이젠 그마저 소진돼가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각국의 우라늄 비축분이 고갈됨에 따라 공급난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라늄의 수급 불균형은 세계적인 광물업체들의 덩치키우기와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세계적 원자재 공급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비에이치피(BHP)는 지난해 세계 우라늄광의 40%를 소유한 더블유엠시(WMC)를 72억달러에 사들였다. 세계적으로 5~6곳에 불과했던 우라늄광 탐사회사는 지난해 30여개로 급증했다.
우라늄 확보 경쟁은 최근 불고 있는 원전 건설 붐과 연결돼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27개의 원전을 새로 건설할 예정이고, 인도도 2012년까지 17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까지 60여개의 원전이 새로 건설돼 그 수가 5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유값 폭등과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원전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그러나 한켠에선 원전 부활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미국 스리마일과 옛소련 체르노빌에서 드러난 원전의 위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최근 1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은 새 원전 건설에 반대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원자력 대안론과 비판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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