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가 전 세계 주요국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조세재정연구원의 ‘국가별 총부채 및 부문별 부채의 변화추이와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8년 71.0%에서 2020년 2분기 98.6%로 27.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선진국은 76.2%에서 75.3%로 조금 줄었고, 전 세계 가계부채는 60.0%에서 63.7%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았다. 2019년 기준 단기(1년) 부채 비중이 22.8%에 달해, 프랑스(2.3%), 독일(3.2%), 스페인(4.5%) 등 해외 주요국보다 훨씬 높았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7.2%(2019년 기준)로 프랑스(30.0%)나 영국(28.7%), 미국(17.3%) 등에 비해 높아 부채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금리가 오를 경우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상환 요구에 시달릴 가능성이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셈이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신용) 대출은 국내총생산 대비 51.3%에 달해 독일(14.3%), 스페인(15.3%), 프랑스(16.3%) 등 해외 주요국보다 훨씬 컸다. 2008년과 비교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신용대출 비중은 12.3%포인트가 증가한 반면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은 오히려 줄었다. 보고서는 “가계부채의 경우 증가폭과 규모가 커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며 “기타대출의 비중 및 규모가 해외 주요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 규제를 통한 증가속도 조절뿐만 아니라 교육비, 생활비, 운영자금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강화를 통한 가계부채 대응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20년 2분기 45.2%로 선진국(126.7%)이나 신흥국(55.5%)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2008년과 비교하면 한국은 22.3%포인트 늘었고, 선진국(76.5%)과 신흥국(22.9%)은 각각 50.2%포인트, 34.6%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과 2020년 2분기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한국은 39.2%에서 45.2%로 6%포인트, 선진국은 109.0%에서 126.7%로 17.7%포인트 상승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정부부채에 증가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위기 이후 경기부양 및 복지수요 충당 등을 위한 재정지출 증가와 최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때문”이라며 “향후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해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불가피한 만큼 정부부채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