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 보시함’.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보시함이 최첨단이네! 완전 신기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대웅전 오른편에 설치된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앞에서 멈춰 섰다. 이 기계의 정체는 ‘키오스크 보시함’. 카페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 결제하듯 이젠 절에서도 키오스크를 통해 신도들이 재물을 기부하는 보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계사에 키오스크 보시함이 설치된 건 지난 1월이다. 신용카드, 휴대전화결제 등 전자지불결제(PG) 사업을 주로 하는 케이지(KG)이니시스의 제안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신도들의 대웅전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던 조계사는 비대면 종교활동을 고민하게 됐고, 같은 시기 ‘현금 없는 사회’에 발맞춰 키오스크 사업 확대를 추진하던 케이지이니시스는 이 점에 주목했다. 현재 조계사 외에도 해인사(경남 합천군)와 항하사(경기 화성시) 등 세 곳의 사찰에서 키오스크 보시함을 운영 중이다. 케이지이니시스 쪽은 “이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키오스크 보시함을 통한 결제금액이 지난달에 견줘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고령 소비자들은 키오스크 사용을 어렵게 느낀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65살 이상 고령소비자 245명을 대상으로 업종별 키오스크 이용 난이도를 평가한 결과, 업종별로 ‘유통점포’(71.9점) 키오스크 이용을 가장 어렵게 느꼈고, ‘병원’(73.9점), ‘외식업’(74.6점), ‘대중교통’(74.7점), ‘문화시설’(78.8점), ‘관공서’(79.5점) 순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키오스크의 불편한 점(중복응답 가능)으로 ‘복잡한 단계’(51.4%, 126명),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125명),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120명) 등의 이유를 꼽았다.
하지만 키오스크 보시함은 선택사항과 단계를 최소화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웃돕기’, ‘부처님 오신 날’ 등 이용자가 보시를 하는 이유와 1~50만원의 시주금액 선택 등 2단계만 거치면 결제가 가능하다. 키오스크로 3만원을 시주한 노아무개(52)씨는 “평소 키오스크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겁이 나는데, (패스트푸드점처럼) 어떤 걸 선택할지에 대한 세분화 정도가 덜해 다른 키오스크보다 편하게 사용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카드로 보시를 한 이아무개(31)씨도 “기존에는 꼭 현금을 가져와야만 시주할 수 있었는데, 카드를 이용할 수 있어 편했다. 또 불전함에 시주할 때는 사람과 접촉하는 게 좀 쑥스럽기도 한데, 그런 과정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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