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저금리와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치솟은 집값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7일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에서 “시장에서는 미국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요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주택 가격은 올해 1분기 거의 모든 곳에서 상승했다”며 “전미 부동산업자 협회가 추적한 183개 대도시 지역 중 182개 지역에서 기존 단독 주택의 중간 판매 가격이 1년 전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주택도 낮은 대출 이자 속에서 구매 심리가 강해져 가격이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로 볼 수 있는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달 기준 2.98%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재택근무 및 재택수업으로 쾌적한 환경에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낮은 금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집을 사려고 나서고 있다. 반면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부동산 공급은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불씨는 아직 임대료 시장까지 옮겨붙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의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2% 큰 폭 올랐지만, 주거서비스 비용 상승률은 2.1%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보면 세입자 임대료는 1.8%, 주택 소유자가가 임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인 자가주거비용은 2.0% 각각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감염 우려, 실직자 급증 등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대도시를 떠나면서 주요 지역 임대료는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곧 임대료도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집값이 비싸지면 임대로 눈을 돌려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기 회복 흐름까지 겹치면 대도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는 33%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거비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겨 인플레이션 우려가 훨씬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지난 12일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 자료에서 “일부에서는 임대료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중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를 상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수는 외곽 지역 집값 상승이다. 코로나19는 보건 위기인 탓에 미국의 주택 수요는 주로 휴양지 및 교외 지역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도시 중심지의 임대료 상승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한은은 보고서에서 “하방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미국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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