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 건물.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에서 처음으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이 언급됐다. 테이퍼링은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첫 단계다. 다만 해당 회의 이후 발표된 고용과 물가지표가 예상 밖 결과를 나타냈고, 아직 일시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당장 정책 전환이 이뤄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최소 올해 3분기(7∼9월)가 되어야 본격적인 테이퍼링 시간표를 예측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각) 연준이 공개한 ‘4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다수 참석자들은 “만약 경제가 위원회의 목표를 향해 급속히 진전할 경우 다가오는 어느 시점에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지난 회의(1월, 3월)때 없었던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이다.
연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저금리와 함께 매월 약 800억달러의 국채, 약 400억달러의 정부기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매입하고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하면 돈줄을 서서히 조이는 긴축 정책이 시작됐다고 봐야 하며, 전 세계는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회의록에 자산 매입 조정이 새로 거론됐다는 것은 테이퍼링을 향해 연준이 한 걸음 전진했다고 볼 수 있다.
관심은 시기다.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테이퍼링 논의 시기에 대해 ‘향후에 열릴 회의 중 어느 시점’(at some point in upcoming meetings)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연준이 다음 회의 때부터 갑자기 긴축을 말하기는 어렵다. 연준이 테이퍼링 조건으로 내건 고용과 물가 목표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미국의 4월 고용 및 물가 지표가 나오기 전에 열렸다. 지난달 미국의 신규 고용은 예상치(100만명)보다 부진한 26만6천명을 기록하고,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높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테이퍼링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만 의사록에서 드러난 연준 위원들의 입장은 여전히 신중했다. 의사록은 “공급망 병목 현상과 공급 부족이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위원회의 장기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 잘 고정되어 있다”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전했다.
시장은 올해 2분기까지 기저효과, 공급 차질, 수요 급증 등에 따른 일시적 물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고용 시장도 하반기 실업수당 축소 등에 따른 비경제활동인구의 직장 복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에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해 운은 뗐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여름 이후에야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이날 “최근 미 연준 위원들의 비둘기 발언을 고려하면 6월 회의보다는 8월 잭슨홀 미팅과 9월 회의에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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