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꾸준히 늘면서 1765조원을 기록했다. 주택 마련, 주식 투자, 생활 자금 마련 등에 대한 빚 내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카드 빚도 늘었다. 다만 규제 영향으로 신용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25일 ‘2021년 1분기중 가계신용(잠정)’을 통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전년 대비 153조6천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3년 통계 편제가 이뤄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4분기 말과 비교하면 37조6천억원 늘었는데, 증가 폭이 전분기(45조5천억원)에 비해서는 축소했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부채’를 말한다.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34조6천억원, 전년 대비 144조2천억원 각각 증가했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 흐름이 이어졌으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세는 조금 꺾였다.
올해 1분기 중 주택담보대출은 20조4천억원 늘면서 직전 분기 증가 폭(20조2천억원)과 비슷했다. 반면 기타대출은 같은 기간 14조2천억원 증가했는데, 직전 분기 증가 폭은 25조5천억원이었다.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타금융기관 등에서 모두 기타대출 증가 폭이 둔화했다. 신용대출 규제와 은행들의 적극적 관리 노력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예금은행의 기타대출 증가 폭은 직전 분기 11조5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 3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5조8천억원→4조원), 기타금융기관(8조2천억원→6조6천억원) 등도 전분기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둔화했다.
한은은 “가계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주택 매매 및 전세 자금 수요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와 주식 투자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전 분기와 비교하면 기타대출의 경우에는 신용대출 중심으로 증가 폭이 크게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카드 빚은 늘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판매신용 잔액은 99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감소세(-2천억원)에서 올해 1분기 증가세로 전환했다.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가계 부채의 이자 부담은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 한은이 이달 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는 약 11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추산한 국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777조4천억원으로, 이들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를 약 5조2천억원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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