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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은, 가계 빚·자산시장 과열 겨냥 ‘금리 인상’ 경고등 켰다

등록 2021-05-27 17:02수정 2021-05-27 17:17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내 금리 인상 여부 경제 상황에 달려”
경기 뒷받침 위해 당분간 완화기조 유지한다면서도 긴축 신호
이주열 한은 총재.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은 총재. 한국은행 제공

경제가 살아나면서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신호가 켜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로 크게 올리면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한다면서도 향후 긴축 전환의 여지를 내비친 것은 시장에 서서히 준비를 하라는 당부로 보인다.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과열된 제로 금리 시대가 계속될 수 없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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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연내 금리 인상 경제 상황에 달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했다. 지난해 5월 사상 최저인 연 0.5%로 기준금리를 내린 후 1년째 동결이다. 반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3.0%)보다 1%포인트 큰 폭 올린 4.0%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내경제의 견실한 회복세가 지속할 수 있도록 당분간은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이전보다 통화정책 조정의 필요성을 많이 언급했다. 그는 “(통화정책) 정상화만을 위해 서둘러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지연됐을 때의 부작용도 크다는 점을 같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며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 정책의 정상화를 서두르지 않겠지만, 또 실기하지도 말아야 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총재는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서 결정하는 게 맞다”며 “만약에 우리가 미뤘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가면 금융 불균형 확대, 바깥의 여건에 따라서 금리 정책 조정의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그동안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총재가 통화 정책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강화된 경제 개선 기대와 금융 안정 부분을 주목하면서 내년 중반으로 예상했던 금리 인상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로 갈수록 소수 의견이 대두되고,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1700조 가계 빚, 투자 과열 주목한 이주열…연착륙 숙제로

이 총재가 이날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긴축 긴장감을 준 것은 빠른 경기 회복세와 금융 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는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한 이례적인 조처다. 경제가 살아난 후에도 지금 같은 저금리를 유지하면 가계부채 급증, 자산시장 거품 붕괴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융 불균형을 자주 언급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 빚은 전년 대비 153조6천억원 증가한 1765조원이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가상자산, 부동산 시장 등에 빚내서 투자하는 위험한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의 누적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고, 이것에 대해서는 늦지 않게 대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물론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차입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자산시장 과열에 대해서도 “과도한 위험 추구 성향도 적정한 선에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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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은은 앞으로 ‘경기 개선 지속성, 금융 불균형 누적 수준’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강한 경기 개선세를 시사했다. 한은은 3% 중후반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고 올해 4% 성장을 예고했다. 만약 우리 경제가 올해 4% 성장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4% 성장은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숫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남은 분기(2~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7~0.8%씩 나오면 연 4%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한은은 백신 접종이 하반기 들어 확대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로 성장률을 전망했다. 올해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기계류 등의 상품수출이 전년 대비 9.0%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바라봤다. 지난 2월에는 상품수출 전망치가 7.1%였는데, 긍정적인 흐름이 더 강해졌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설비투자 전망치도 5.3%에서 7.5%로 수정했다.

얼어 붙었던 소비 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크게 위축된 대면 서비스와 의복 등 외출 용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2.5%로 기존 전망(2.0%)보다 높였다.

변수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접종 확대 여부다. 이 총재는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백신 접종이 얼마만큼 빨리 진행될 것인지 등이 우리 경제 회복 속도에 상당히 영향을 줄 것이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어난 가계 부채와 과열된 자산 시장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것도 난제다. 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이자 부담에 노출될 수 있다. 한은이 이달 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는 약 11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자산 가격도 금리 인상으로 거품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밟아 간다면 가계의 상환 부담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경기 상황이 개선되면 가계소득도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금리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며 “가계에 미치는 재무건전성의 부담을 최소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실물 경제가 정상 궤도에 들어서고, 자산 시장의 거품도 연착륙하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통화정책이 곧바로 긴축으로 돌아서지 않더라도 과도한 완화 기조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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