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월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가덕도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해버린 가운데, 정부가 뒤늦게 예타의 지역균형발전 평가 지표를 개편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8일 안도걸 제2차관 주재로 제3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어 ‘예비타당성 조사 부문별 표준지침’ 개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비수도권 지역의 다양한 여건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관련 지표를 개선한 것이 이번 개정의 골자다. 현행 예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해, 비수도권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지역낙후도 등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더 크게 고려하고 있다. 예타가 경제성 중심으로 평가되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비수도권의 중요 사업들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지역균형발전 평가에 쓰이는 지역낙후도 지수 산정방식이 현실에 맞게 보다 구체화됐다. 기존에는 인구, 경제, 기반시설 등 3개 분야의 8개 지표만으로 지역낙후도를 판단해왔는데, 앞으로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개발한 균형발전지표 36개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지표는 인구, 경제, 주거, 교통, 산업일자리, 교육, 문화여가, 안전, 환경, 보건복지 등 10개 분야에서 지역낙후도를 산정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평가 방식이 개선된 만큼 앞으로는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한 예타 면제가 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민주당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발전을 이유로 들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예타를 면제하는 특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정부는 2019년 1월에도 같은 명분으로 총사업비 24조원에 이르는 23개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예타가 지역균형발전 필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정부는 ‘예타 면제’라는 쉬운 길을 선택해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예타 면제’ 결정에 “인기영합적 정책 추진”이라고 비판해왔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14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 ‘한국경제, 현재를 묻고 미래를 답하다’ 심포지엄에서 “예타의 편향성 때문에 지역균형발전에 애로가 생긴다면 예타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이유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정책 추진은 재정규율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앞서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된 지난 2월에도 참여연대는 “일각에는 예타가 지역균형발전에 필요한 중요 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예타만으로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타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적합 평가를 못 받았다고 해도 정책성이나 지역균형발전 등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사업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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