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주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때 고려하는 요소들도 하나둘씩 기준을 충족해 나가고 있다.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한국은행의 금리 조정 발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달 공개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정상화 시기 등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 마이너스(-) 국내총생산 갭(GDP Gap)의 해소 시점이 언제일지가 중요하다”는 언급을 했다. 지디피갭은 실제 성장률과 한 나라 경제의 최대 성장 능력인 ‘잠재성장률’ 수준의 차이다. 지디피갭이 플러스(+)면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이, 지디피갭이 마이너스(-)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완화정책이 시행된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아직 공개된 수치가 없다. 지난 2019년 한은은 잠재 성장률을 2.5~2.6%(2019~2020년)으로 추정하면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해 2020년까지 지디피갭이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로 잠재성장률이 더 낮아졌다고 추정할 수 있으나 경기 회복으로 다시 올라갈 수도 있어 불확실성이 큰 까닭에 잠재성장률 추정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4.0%까지 높게 조정했고, 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은 기존보다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지디피갭이 곧 마이너스(-)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재도 지난 27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디피갭 해소 시기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실업률과 자연 실업률의 차이인 실업률갭(Gap) 또한 변화를 보인다. 한은이 전날(1일) 발표한 올해 자연 실업률 추정치는 3.9%내외다. 자연 실업률은 한 나라의 생산능력이 온전히 쓰일 때 나타나는 건전한 구직 활동과 노동력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이로 인해 임금 상승 등 물가에 자극을 주지 않는 수준을 말한다. 따라서 실제 실업률과 자연 실업률의 두 수치가 비슷해지고, 여기에 실제 실업률이 훨씬 더 낮아지면 서서히 임금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한은의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3.9%다. 실제 실업률이 3.9%보다 계속 하락하면 임금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해 한은이 통화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실업률갭 해소는 금리 조정의 중요한 정보 변수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 소비자물가 상승세에 대해서도 한은이 신중하게 바라볼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이고 지속적으로 올라야 한다. 한은은 기저효과, 유가, 농축수산물 등 일시적 변동 요인이 많아 인플레이션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래도 앞으로 수요·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은의 금리 인상 시기는 지디피갭, 실업률갭, 금융 불균형, 경기 개선 지속성, 물가 상승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전망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지디피갭 해소 등 지표들을 보면 금리를 올릴 경제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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