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및 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 편성을 요구한 여당의 요구에 공식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하지만, 지급 방식과 규모는 여당 입장과 달라 향후 적잖은 당정 갈등이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구기관장 및 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정부는 올해 ‘고용 회복과 포용 강화가 동반된 완전한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기울여 나갈 것이며 그 뒷받침의 일환으로 추가적 재정보강조치, 즉 2차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추경 검토는 백신 공급·접종 등 재난대책, 하반기 내수대책 및 고용대책,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취약 및 피해계층 지원대책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방역 대책과 함께 취약계층 지원을 중심으로 ‘맞춤형 편성’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에 분명히 반대 의사를 피력한 셈이다.
추경에는 우선 지난 4월 화이자 백신 2천만명분을 추가로 구매한 비용이 반영될 전망이다. 지난 3월 1차 추경에 반영된 2조3천억여원은 지난해부터 구입해 온 총 7900만명분의 백신 구매 비용 부족분을 충당하는 데 쓰였다. 여기에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고)와 프리랜스 등을 위한 긴급고용안정 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가 추경의 무게중심을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선별 지원에 둘 것임을 예고한 것과는 달리, 여당은 계속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백신 접종 속도가 붙는 지금부터 준비에 나서 재정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실질적인 손실보상 마련 등 시급히 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3월까지 국세 수입이 19조 원 증가했고, 이는 확장적 재정의 선순환 효과가 보인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재정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민생을 회복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이때문에 올해 2차 추경을 둘러싼 당정 갈등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월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당시 이낙연 대표가 주장한 보편·선별 지원 병행 추진에 반대 의사를 표해 의지를 관철한 바 있다. 또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멈춘다)’는 표현까지 써 간접적으로 사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기재부 안에서는 이번 추경 역시 홍 부총리가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경 규모도 또 하나의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홍 부총리는 “이번 추경은 당초 세수 전망 시와 다른 경기 회복 여건, 자산시장 부문 추가 세수, 우발 세수의 증가 등으로 인한 상당 부분의 추가 세수가 예상됨에 따라 재원은 기본적으로 추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이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적자를 늘리는 국채 발행은 하지 않고, 올해 전망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세수만으로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세수가 3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가운데 지자체에 건네줄 약 40%에 달하는 지방교부세를 감안하면, 실제 추경 예산은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민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물론 맞춤형 소상공인 피해 지원 등을 위해 30조원 이상의 추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관련해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 대신 상당한 규모의 피해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할 경우 여당의 요구를 다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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