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친환경 산업 성장, 공급 차질 등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 슈퍼사이클(Super Cycle·장기간 상승국면) 진입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추세적으로 10% 상승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를 최대 0.2%포인트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9일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배경 및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 점검’ 이슈노트에서 “현재 시점에서 원자재 가격의 슈퍼사이클 진입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코로나19 발생으로 지난해 3~4월 원유를 중심으로 급락했으나 하반기부터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금속, 곡물, 목재 등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은은 “글로벌 경기 회복, 일부 품목의 수급 차질, 투기 수요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자재 가격이 장기간 오르는 슈퍼사이클 진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친환경 경제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져 원자재 가격 전반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신흥국이 과거 슈퍼사이클을 주도했던 만큼의 고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 않고, 곡물과 원유 등은 공급이 수요 확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반박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한은도 현재 슈퍼사이클 진입 여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이 최근 사이클 저점에서 미약하게 반등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크지 않으며 최근 가격 상승에 경기 회복, 수급 요인 등의 영향이 혼재돼 있다”며 “또한 원자재 분석 기관 등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성장 속도, 공급 차질 완화 여부 등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다만 한은은 원자재 가격이 수입 중간재와 기대 인플레이션 등 국내 경제에 영향을 주는 영향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은 추세적과 일시적인 경우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달랐다. 여러 품목의 원자재 가격이 추세적으로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최대 0.2%포인트 올랐다. 반면 일시적 상승에 그치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0.05%포인트였다.
한은은 “추세적일수록 물가에 크고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며 “향후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생산자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물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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