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7년 4개월 만에 감소했다. 그러나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스케이아이이티) 공모주 청약에 대한 대출이 반환된 것으로 일시적 요인이 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0일 ‘2021년 5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통해 올해 5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24조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천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2014년 1월(-2조2천억원) 이후 처음 감소세다.
일시적 영향이 컸다. 지난 4월28~29일 에스케이아이이티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같은 달 은행 가계대출은 16조천억원,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그리고 청약에 실패한 증거금은 다음 달인 5월 초 상당 부분 반환됐다. 한은은 8조원 내외의 대출이 실행 후 반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기저효과로 올해 5월 가계대출이 감소를 나타낸 것이다. 공모주 청약이 주로 신용대출로 이뤄진 탓에 5월 기타대출은 전월 대비 5조5천억원 큰 폭 줄었다.
반면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4조원 늘면서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 폭은 2004년 속보치 작성이 시작된 이래 동월 기준으로 2015년(6조3천억원), 2016년(4조7천억원)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컸다. 따라서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한은은 “일시적 영향을 제외하면 가계대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6월 상승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에 대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금융불균형 누증은 장기적인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적정 수준의 부채는 소비를 증대시키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리금상환 부담 증대 등을 통해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면서 가계부채와 민간소비 간의 정(+)의 관계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누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연 0.5% 수준의 완화적 기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한은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누적에 보다 유의할 것”이라며 금융불균형이 금리 인상의 주요 변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탓에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년 중 소비자물가는 2분기 중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상승률을 나타내다가 하반기 중에도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오름세가 상당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축수산물가격 및 원자재가격 오름세 확대,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소비수요 회복세 강화 등은 상방 리스크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수요 부진 심화 등은 하방리스크다”라고 했다. 이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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