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20년간 국내총생산(GDP)은 133% 늘었지만, 개인의 삶은 이보다 적은 105% 좋아지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디피에 담기지 않는 소득 불평등, 환경, 일과 여가 등 국민 삶의 질을 살펴본 결과다.
민간 정책연구소인 랩2050은 16일 “우리나라의 지디피는 1997년 이후 연평균 3.59%씩 성장했지만, 개인의 삶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새롭게 구성한 ‘참성장지표’ 기준으로 보면 연평균 3.39%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 국가의 경제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지디피는 소비, 투자, 수출, 수입 등의 객관적인 생산 총량을 반영한다. 랩2050은 이날 지디피로 드러나지 않는 소득 불평등, 환경 오염, 가사돌봄 불평등, 디지털 서비스 가치 등을 숫자로 환산해 지디피 보완 지표를 발표했다. 예를 들어 가계의 소비 지출은 지디피에 플러스(+) 요인으로 반영되지만, 참성장지표에서는 지출 중 의식주 방어지출과 소득불평등 비용 등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차감한다. 의식주 방어지출은 일상 생활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소비인 탓에 편익 감소로 분류하는 것이다. 소득불평등 비용은 지니계수가 높아질수록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보고 가계소비지출에서 차감한다.
랩2050에 따르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디피는 783조원에서 1831조원으로 133% 증가했다. 반면 참성장지표는 620조원에서 1277조원으로 105% 늘었다. 또한 지디피는 외환위기 이후 1년 만에 반등세를 나타냈지만, 참성장지표 반등 시점은 1999년으로 더 늦었다. 경제 위기는 개인의 삶에 오랜 여파를 가져오는 것이다.
가구 지니계수를 바탕으로 가계 소비 지출을 조정한 결과 소득불평등 비용은 1997년 이후 빠르게 상승해 2011년 70조원(실질 기준)대까지 치솟다가, 2012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서 지난해 13조5천억원(실질 기준)으로 집계됐다.
환경 문제도 2007~2019년 12년 동안 비재생에너지 고갈, 기후위기, 폐기물 등의 비용이 50% 증가하면서 전체 참성장지표를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 교환되지 않는 일과 여가 분야는 가사돌봄노동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참성장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으나 최근 가사노동 불평등과 출퇴근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랩2050은 “지디피가 경제의 양적 성장을 측정하는 지표라면, 참성장지표는 질적 성장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정책 수립과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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