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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식 0.5%, 서민 1.2%”…믿기 힘든 물가 상승률, 믿어도 될까?

등록 2021-06-17 04:59수정 2021-06-17 07:48

식료품 더 사고 외출 비용 줄여…코로나19로 소비 형태 변화
물가 계산하는 가중치는 이전과 같아 지표-현실 괴리 커져
식료품 소비 비중 큰 저소득층 체감 물가는 두 배 이상 높아
인플레이션 오판은 아직이지만…저소득 생계비 부담은 관심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공식 물가 상승률 0.5%, 내가 느끼는 상승률 0.7%, 저소득층이 느끼는 상승률 1.2%.’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다. 지난 몇십 년간 인플레이션은 와야 했음에도 오지 않았다. 과거 경험을 믿는 이들과 이번엔 다르다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누구도 아직 정답을 알 수 없는 탓에 국내외 학자와 투자자들은 과거와 다른 특수한 현상이 인플레이션 단초가 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소비자 물가 지표의 신뢰성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물가 숫자가 현실과 다르다는 의심이다.

코로나19로 벌어진 물가 격차

알베르토 카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4월 미국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4%였지만, 실제 사람들이 체감한 상승률은 1.1%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역전됐다. 카발로 교수에 따르면 올해 4월 공식 물가 상승률은 4.2%인데, 체감 상승률은 3.6%으로 더 낮다.

‘공식-체감’ 물가 차이는 원래 있었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 지표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대표 상품을 뽑고,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다른 가중치를 부과한다. 그런데 최근 학자들의 문제 의식은 지표와 현실의 괴리가 코로나19로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집밥을 위한 식료품을 더 샀지만, 외출과 대면 서비스업에 돈을 못 쓰는 특수한 소비 형태 변화를 경험했다. 반면 물가를 계산하는 가중치는 예전 그대로다. 공식 물가 지표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박성욱·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들은 코로나19로 달라진 소비를 반영한 결과 지난해 체감 물가 상승률은 0.66%로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0.54%)에 비해 0.12%포인트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하반기까지 체감 물가는 지표 물가보다 0.2~0.6%포인트 더 높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계층별 물가에도 영향을 줬다. 카발로 교수는 지난해 5월 미국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 상승률은 1.12%로 고소득층(0.57%)의 약 두 배라고 전했다. 박성욱·장민 연구위원도 지난해 국내 저소득층이 느꼈던 물가 상승률은 1.16%로 고소득층(0.45%)의 두 배가 넘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은 식료품 같은 필수재 소비 비중이 높아서 고소득층에 비해 체감 물가가 훨씬 높았던 것이다.

인플레이션 아니지만 저소득 물가 부담은 관심을

전 세계가 ‘공식-체감’ 물가 차이 관련 연구 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오판 가능성 때문이다. 참고하는 숫자가 틀렸으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 과장 또는 축소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행히 아직 지표와 현실의 괴리가 인플레이션을 잘못 읽을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이들이 분석한 시기는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지난해다. 바뀐 소비 형태가 계속될 지는 불확실하다. 박성욱 연구위원은 “작년은 코로나19로 소비 변화가 뚜렷했으나 앞으로 이 변화가 영구적일지,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등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물가 추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사람들의 선호도가 변해 가격이 올랐다면 그 이후 비싸졌다고 다른 소비로 이동하면서 추세가 역전될 수도 있다”며 “(지표와 현실의 괴리가) 인플레이션 판단에 아직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발로 교수의 연구도 ‘공식-체감’ 물가 차이가 지난해와 올해 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여부와 별개로 계층별 체감 물가는 향후 복지 제도 차원에서 중요하게 살펴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이 느끼는 물가가 높아진다면 그만큼 생계비가 부족해질 수 있다.

한은은 2014년 저소득과 고령 가구의 체감 물가가 공식 지표보다 2011~2012년 연 평균 각각 0.3%포인트, 0.7%포인트 가량 높았다고 분석하면서 “전반적 인플레이션 추이를 파악할 때는 지출액가중 지표가 적합하나 물가 상승세가 큰 폭 확대 및 축소될 때는 계층별 물가 동향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도 2017년 1인 가구와 고령 가구의 2011~2017년 평균 물가 상승률은 1.9%로 전체 가구(1.8%)보다 조금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당시 소득 계층별로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는 연구를 했는데, 생각보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1인 가구와 고령 가구에서는 0.1%포인트 정도 소폭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관련 연구에 걸림돌이 생긴 것은 우려할 대목이다. 정부와 학계에 따르면 가계 소비 파악에 기초가 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가 잦은 개편으로 2016년 이전, 2017~2018년, 2019년 이후가 각각 다른 표본과 조사 방법으로 이뤄져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시계열이 끊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금융연구원도 이번 연구 때 2017년 통계를 활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 소비 통계 시계열이 끊겨 분석에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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