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 두는 예탁금에 대한 이용료율 산정 방식이 개선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동안에도 예탁금 이용료율은 대개 0%대를 유지하고 있어 증권사가 고객 돈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은 20일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다음 달까지 제정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18일 기준으로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등을 포함한 투자자예탁금은 약 60조원에 이른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증권사가 대기성 자금을 맡겨둔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율이다.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 또는 예치해두고 여기서 투자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한국증권금융에서 받는 이자율은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오른 반면, 정작 증권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예탁금 이용료율은 대개 0%대로 낮은 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30개 증권사가 2019∼2022년 고객 예탁금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총 2조4670억원이었는데, 이 기간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사들이 고객의 돈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금융당국은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주기를 분기당 1번 이상으로 정하고, 이자율 산정시 시장금리 변동 등을 고려하도록 모범규준을 제정하기로 했다. 내부 통제도 강화한다. 예탁금 이용료율을 산정할 때는 내부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대표이사의 결재 혹은 사전보고를 거쳐야 한다. 또한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구분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올해 말에는 증권사별로 예탁금 이용료율을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구축된다. 당국은 “투자자가 시장금리 변동 등을 감안해 보다 합리적으로 산정된 이용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모범규준 시행 이후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지급과 공시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합리적인 이용료가 지급되도록 점검하고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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