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채권형 랩·신탁 상품 고객 일부 손해배상 절차

채권 만기 불일치 투자 손실에 이례적 배상 진행
금감원, 비슷한 관행 증권사 10여곳 현장 점검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상품인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에서 발생한 채권 투자 손실에 대해 일부 손해배상 절차에 들어갔다.

엔에이치투자증권 관계자는 25일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에서 만기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 손실 중 일부에는 귀책 사유가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최근 선제적인 손해배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만기 불일치란, 랩·신탁 계좌에 유치한 단기 자금을 장기 채권에 투자해 운용하다 평가 손익이 급변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방식의 자산 운용은 증권업계가 관행적으로 해왔으나 불건전 영업 행위가 아니냐는 논란도 계속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불건전 영업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주요 증권사 10여곳을 상대로 현장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점검 대상 증권사들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바람에 채권형 랩·신탁에서 대규모 잠재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채권을 한꺼번에 매각할 경우 손실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자 복수의 내부 계좌들끼리 채권을 서로 사고파는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금감원의 점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체 점검과 법률 검토를 거쳐 미리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관련 랩·신탁 계정의 운용자산 규모는 9조~10조원, 손실 규모는 18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박순빈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