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국제유가와 연일 하락하는 환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예상을 넘어 국제유가와 원화환율이 보다 큰 폭으로 변동될 경우 올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5%를 밑도는 것은 물론 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은 세계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석유 의존도가 낮아져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유가·환율, 끝이 어딘가?=18일(현지시각)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는 배럴당 65.50달러로 전날보다 0.79달러 올라 최고가를 하루만에 갈아치웠다. 한국이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인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서만 5차례나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브렌트유도 각각 71.33달러, 71.37달러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계속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 핵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에 의한 이란 핵시설 공격과 이란의 석유수출 중단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는 “유가가 올해 안에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8%”라고 밝혔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이란 생산량의 20~30%만 줄여도 유가가 100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며칠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배럴당 100달러’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8원이나 급락해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950원선 아래(945.6원)로 떨어졌다. 환율이 95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 딜러들은 “심리적 지지선이 붕괴되면서 환율 하락 추세가 언제 끝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피기도 전에 지나?=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해에 견줘 올해 유가는 연평균 20%(60달러) 오르고, 환율은 5%(975.5원)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모형을 보면, 이 경우 국내총생산은 0.75%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만일 유가가 70달러를 넘고, 환율이 930원대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국내총생산이 무려 1.7%포인트나 추락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3.3%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150억달러로 예상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을 유가상승을 감안해 40억~80억달러로 수정전망했지만, 성장률 목표치(5.0%)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유가상승과 환율하락은 기업으로선 비용과 판매 양쪽에서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소 수출기업은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도 수출 채산성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최근 중소 수출기업 28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손익분기점이 되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61원 정도로 집계됐다.
지나친 걱정은 금물=정부는 그러나 최근의 유가급등 상황이 지난 1973년, 80년에 일어난 제 1, 2차 오일쇼크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진현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장은 “당시는 석유비축분이 거의 없었지만, 현재는 111일분을 보유하고 있어 어느 정도 완충능력을 갖고 있다”며 “또 국내 발전량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서 5%로 줄어 유가상승이 전기세 인상 등으로 곧바로 연결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양수 한은 조사국 모형개발반장도 “유가상승과 환율하락이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처럼) 세계경기가 꺾이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유가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며, 환율도 우리 기업들이 예전보다 충격을 덜 받고 있어 효과가 단순계산처럼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원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도 “유가가 20% 오르고, 환율이 5% 떨어질 때, 세금을 감안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5% 수준”이라며 “외부환경이 위협적이긴 하나, 지나친 불안심리가 경제에 오히려 더큰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단기적인 대응과 별도로 중장기적으로 석유를 많이 쓰는 중후장대형 산업구조를 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위주로 재편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등 중장기 대책 마련을 추진중이다.
권태호 김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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