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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달러를 패대기 쳐 미국을 부축하라?

등록 2006-06-21 19:03

미 쌍둥이 적자 심화로 세계경제 동반침체 경고
‘제2플라자 합의’ 주장 속 효용성에 의문 제기도
위안화 큰폭 절상땐 한국 대중국 수출 타격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끝난 이후의 상황을 생각해 보라.”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달러가치 급락을 막아주는 버팀목인 금리인상에 마침표가 찍힐 경우,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일 뾰족한 방법이 있겠냐는 얘기다. 2004년말 기준으로 미국의 순해외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2%에 이른다. 최근들어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진 건 바로 미국의 과다소비와 동아시아의 과소소비라는 불균형 조합이 한계치에 다가섰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새로운 국제금융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은 서둘러 해답을 찾지 못할 경우 세계경제의 경착륙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공감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85년의 플라자합의가 다시금 거론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G7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2플라자합의를 둘러싼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연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제2플라자합의’ 도출의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아 처음으로 공식논의의 물꼬를 텄다. 지난 85년9월 G5(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재무장관은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모여 이른바 플라자합의 도출에 성공했다. 80년대 초 고금리 체제에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 경상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각국이 달러 약세를 공식적으로 용인하고 나선 것이다. 플라라자합의 이후 87년말까지 엔화와 마르크화는 달러에 비해 각각 92.1%, 75.9% 절상(가치 상승)됐다.

상황만 놓고본다면 제2플라자합의의 조건은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쌍둥이적자는 85년 당시보다 더욱 늘어났다. 2002년 3월 이래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에 비해 평균 27% 떨어졌지만 달러 약세 기조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레이건 집권2기에 플라자합의라는 틀이 탄생했듯이, 현재 보수당 집권하의 미국에서 제2플라자합의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친공화당 성향의 씽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는 85년 플라자합의 당시에도 정책보고서를 통해 그 필요성을 앞장서 주장한 바 있다. 정 연구원은 “특히 올 가을 미국의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제2플라자합의에 대한 논의는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숱한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오재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의해 모든 게 결정되는 지금 상황과 정부의 인위적 조정이 가능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85년 당시만 해도 일본과 서독경제가 튼튼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를 떠받칠 여력이 있었지만, 지금 어느 나라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 역시 중요한 변수다. 플라자합의 당시 주 대상인 일본과 독일은 미국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함께 했다.

지금 무르익고 있는 제2플라자합의의 공략대상은 단연 중국이다. 최 팀장은 “아직 중국으로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주제”라며, “현재 중국은 G7 등 그 어떠한 협의체에서도 배제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으로 하여금 수출 경쟁력의 급격한 약화를 초래할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달러 약세 기조를 용인하는 새판이 어떤 방식으로든 짜일 수밖에 없으리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달러 약세를 핵심으로 하는 새판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정 연구원은 “미국의 수입이 줄어들면 거기에 의존하는 나라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원화는 이미 상당히 절상되었으므로 한국경제는 여타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 내다봤다. 2002년 2월에 비해 현재 원화가치(명목 기준)는 달러 대비 38% 절상된 상태다. 엔화나 위안화에 비해선 추가 절상폭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최 팀장은 “미국의 수입이 줄면 중국의 수출이 줄고 덩달아 우리의 중국 수출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내수 부양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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