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및 외평기금 누적적자 추이
이자손실·환차손에 누적적자 18조…폐지론 다시 도마에
내일 재경부 대책보고 1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누적적자로 말미암아 골칫거리로 등장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 본격적인 수술대에 오를지 주목된다. 정부는 최근 권오규 부총리가 “외평기금의 획기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는 15일 비공개로 열리는 국회 재경위원회에서 관련대책을 보고한다. 국회 재경위와 예결위에서는 외평기금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왜 다시 논란되나?=외평기금은 정부가 환율의 급락을 막을 목적으로 달러를 사들일 때 재원으로 사용하는 기금으로, 주로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을 발행해 마련된다. 올 정기국회를 계기로 외평기금 문제가 다시 물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한햇동안 누적적자가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에만 적자가 4조6357억원이나 증가해 누적적자는 모두 18조원에 이른다.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이자손실이 늘고,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서 환차손마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영환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안정 효과는 제대로 못하고 외환보유고만 더욱 늘린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8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2270억달러 가운데 약 4분의 1인 500억달러는 외평기금으로 사들인 달러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이 대략 1500억~1600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한다. 어림잡아 외평기금으로 늘어난 규모만큼 적정 수준보다 과도하게 외환을 보유한 셈이다. 해법은 있나?=정부는 일단 기금의 누적적자 중 이자손실분은 일반회계 예산에서 메워주는 방안을 예산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차피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이제라도 외환보유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낮추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금 자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면서 외환보유고가 더 크게 늘어나긴 어렵다”면서도 “점진적으로 외화자산 구성을 다변화해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의 임수강 보좌관은 “외평기금을 아예 폐지하고, 기업이나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채권 발행 등을 억제해 기존 달러보유 물량을 그쪽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 정부가 최근 정부가 국외주식투자 제한을 푸는 쪽으로 ‘달러 줄이기’에 나선 것도 외평기금 수술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협의체인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달러가 추세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마당에 신흥국들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 과도하게 외환을 늘리는 것은 큰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한은이 14일 20개국 중앙은행 외화자산 운용담당자들이 모이는 외환보유액 운용 국제포럼을 여는 것도 과도한 외환보유로 말미암은 페해를 줄여보자는 뜻에서다. 비공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각국 대표들은 처음으로 저마다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 구성을 공개하는 등 해결책 찾기에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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