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799.66원…8년10개월만에 처음
800.90 턱걸이…수출전선 새 복병으로
800.90 턱걸이…수출전선 새 복병으로
원-엔 환율이 800선마저 흔들리며 우리 경제에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100엔당 700원대 진입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유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는 가운데, 우리 수출전선에 새로운 먹구름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엔 환율은 2일 오전 한때 100엔당 799.66원까지 떨어지면서 8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소폭 오르며 100엔당 800.90원에 턱걸이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원 오른 947.9원에 마감했으나, 엔-달러 환율이 118원대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이 8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외환위기를 겪던 1997년 11월17일 이래 8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가 달러에 비해 꾸준하게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구길모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데다 일본의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치를 밑돌아 엔화 약세 분위기가 강하다”며 “현재로서는 800선을 약간 밑도는 수준에서 원-엔 환율이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거시경제팀장도 “주요 통화 중 엔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며 “원-엔 환율이 급락하진 않더라도 추세적으로는 790원대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경쟁관계에 놓인 업종에서 원-엔 환율 하락의 영향이 뚜렷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자동차, 아이티(IT) 등 수출업종이나 조선·철강 등 전통적으로 환율에 민감한 업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유선 팀장은 “자동차산업의 경우 수출시장에서 피해를 볼 수 있지만 현지 생산이 늘어난 만큼 환율 하락의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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