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조기 금리인상 관측에 환위험 우려도
일본 중앙은행이 애초 예상보다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엔화 약세 흐름이 머지 않아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의 엔화 대출은 원-엔 환율 하락세 속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어, 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7일 도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적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했다. 일본은행이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지난 7월 6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내년도 상반기까지는 추가적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데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후쿠이 총재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다. 8일 도쿄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당 117.60엔에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0.16엔 떨어졌다. 이보다 앞서 7일(현지시각) 뉴욕시장에선 엔-달러 환율이 117.70엔으로 마감해 전날보다 달러가치가 0.52% 떨어졌다.
하지만 원-엔 환율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8일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1.82원 떨어진 795.35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16일 9년만에 처음으로 100엔당 800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최저 수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양진용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아직까지는 원-엔 환율이 엔화 강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원-엔 환율 흐름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엔화 대출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기업·신한·우리·하나은행의 엔화 대출 규모를 보면, 10월 말 현재 1조1412억엔으로 9월 말보다 97억엔(약 780억원) 늘어났다. 특히 일본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엔화 대출이 가장 많은 기업은행의 경우, 10월 한달 동안 101억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쌍둥이 적자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잘 버티고 있어 당장 엔화가 뚜렷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본과 유럽은 금리 인상으로, 미국은 금리인하로 방향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며 “아마도 내년 초부터는 엔화 강세 흐름이 뚜렷해질 수 있는 만큼 환 위험 관리 측면에서 엔화 대출에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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