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주택 담보대출 제한 어떻게 바뀌었나
‘상환능력 따른 대출’ 방향 맞지만 잦은 ‘땜질’
초강수 뒀다 문제 생기면 예외조항 만들어
획일적 규정 적용으로 실수요자만 덤터기 써
초강수 뒀다 문제 생기면 예외조항 만들어
획일적 규정 적용으로 실수요자만 덤터기 써
국민은행이 3일부터 지역과 집값에 관계없이 주택 담보대출 때 총부채상환비율(DTI) 40%를 적용하기 시작한데 이어, 이르면 다음달부터는 모든 금융회사들이 이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소득 수준과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제도로, 무분별한 주택 담보대출을 억제해 집값 급등세를 진정시키고 가계 부실과 금융시장 불안을 사전 예방하는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주택 담보대출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정작 내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대출을 받지 않고는 내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로서는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도, 대출 제도가 짧은 기간 동안 수시로 바뀌는 탓에 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 또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거둘 수는 있겠지만, 실수요자들의 주택 자금 마련을 꽁꽁 봉쇄할 수도 있어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시로 바뀌는 제도 탓에 혼란 가중=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국민은행이 총부채상환비율 40%를 적용한 첫날인 3일, 국민은행 각 지점 창구엔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졌다. 일산 지역 한 지점 관계자는 “바뀐 규정을 따를 때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송파 지역의 한 지점을 찾은 40대 자영업자는 “소득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 지 막막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주택 담보대출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는 고객들의 불만도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3.30 대책’ 이후 집값이 오를 때마다 주택 담보대출 제도는 수시로 변경됐다. 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대상 주택만 하더라도 3.30 대책 때는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였다가 ‘11·15 대책’ 때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6억원 초과’로 넓혀졌고, 이번에 다시 ‘지역과 집값에 관계 없이 전국 모든 주택’으로 확대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이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인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11월16일의 대출 총량 규제 조처였다. 금감원은 당시 은행들의 주택 담보대출 실태를 점검한다는 명분으로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주택 담보대출 한도를 제시했고, 일부 은행들은 대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월권’ 논란과 실수요자 피해 우려가 일면서 이 방침은 하룻만에 철회됐다.
실수요자 피해 최소화해야=총부채상환비율 적용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대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와 무주택자나 1주택 실수요자는 구분해야 한다”며 “다주택자들이 대출 신청을 할 때는 심사를 철저히 하고, 서민층이나 실수요층에게는 금리 우대 등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국민은행은 일단 본점 승인이라는 예외 조항을 둬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대출 규제 강화 방침이 처음 알려진 2일 일선 창구에서 혼란이 커지는 것을 지켜본 뒤, 석달 이상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긴급 자금을 빌릴 경우에는 대출을 해주라는 내용의 공문을 영업점들에 서둘러 내려보냈다.
또 대출액이 5천만원 이하인 경우엔 총부채상환비율 40%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아직 본점 차원의 방침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대출 조건을 강화하더라도 본점 승인 과정을 통해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 증명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은퇴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태스크포스에서 여러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중”이라며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에 대해선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지나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성 최익림 박현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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