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보는 가계의 신용 위험 정도
수치 높을수록 부실위험 커
대출상환 연체율은 1% 미만
대출상환 연체율은 1% 미만
주택 담보대출 급증과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판단하는 가계의 신용위험 정도가 3년만에 가장 높게 나왔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여신(대출)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금융회사 대출 행태 서베이’를 보면, 올 1분기 중 가계의 신용 위험지수가 22로 지난해 4분기(6)보다 급등했다. 가계 신용위험 지수란 은행의 대출 책임자들이 느끼는 가계의 신용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대출 창구에서는 가계의 부실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1분기 가계 신용위험 지수는 카드대란으로 신용불량자 수가 400만명을 넘어선 지난 2003년 2분기와 3분기(44)에는 못미치지만, 2004년1분기(29)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임병수 국민은행 개인여신부장은 “지난해 11월까지 주택 담보대출이 급증한데다 집값 거품 붕괴 가능성마저 얘기되면서 은행들의 우려가 커졌다”며 “특히 3년 전 풀려나간 대출 가운데 거치기간이 끝나 올 봄부터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대출이 전체의 30% 가까이 된다는 점이 신경 쓰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가계 신용 위험의 우려가 아직까지 현실화하지는 않고 있다. 박화재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부장은 “가계 대출 부실의 신호라 할 수 있는 대출 상환 연체율이 아직은 1% 미만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사 결과를 보면, 은행들이 주택 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의 주택 담보대출 태도지수가 지난해 4분기 -9에서 올해 1분기에는 -34로 낮아진 것이다.
한편, 11·15 부동산 대책과 지급준비율 인상 카드가 나온 지난해 11월에도 은행들이 대출을 크게 늘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광의 유동성 자료’를 보면, 2006년 11월 중 광의 유동성은 모두 1813조원으로 한달 사이 26조1천억원(1.5%) 증가했다. 지난해 11월과 견줘서는 10.3% 늘어난 것인데, 이는 2003년 2월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한은은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12월 이후부터는 증가세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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