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내 2건 이상 주택 담보대출자 현황
‘대선까지만 참자’ 버티기 심리 부를수도
가족 명의 복수 대출은 규제 안받아 ‘구멍’
가족 명의 복수 대출은 규제 안받아 ‘구멍’
주택대출 ‘1인 1건’ 소급적용
정부가 11일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기존대출까지 1인1건으로 제한하는 강공책을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신규대출을 조이는 데 초점을 둬 왔다면 이번에는 기존 대출자, 그 중에서도 대출을 받아 여러채의 집을 산 투기성 다주택자를 직접 겨냥했다. 이번 조처가 다주택자 보유 주택을 얼마만큼 매매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대출 잡아야 매물 나온다=이번 조처로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1건만 남겨놓고는 만기연장이 불가능하게 된다. 대출자는 1년 유예기간 안에 대출을 갚던가, 아니면 17%가 넘는 연체이자를 물 수밖에 없다. 더구나 2금융권까지 규제대상에 들어가 대출 돌려막기도 어려워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주 현금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집 한채를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신규대출을 억누르는 데 방점이 찍혀왔다. 그러나 강경훈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집값 폭등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기존 대출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며 “신규대출을 죄는 것은 집값을 현재 수준으로 묶어놓을 수는 있어도 이미 올라버린 집값을 내리는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 안에서도 “집을 담보로 또 집을 사는 다주택자를 막지 않는 한 아무리 주택을 공급해봐야 효과가 반감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번 조처는 이런 상황판단을 토대로 한 다주택자 압박책의 결정판인 셈이다.
부동산 시장 영향줄까?=현재까지 종합부동산세 부과, 양도세 중과, 조건부대출 강제상환 등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조처들이 시행돼왔음에도 아직 시장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로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다주택자가 종부세 부담, 대출만기 상환 압력, 금리인상 등 3중고에 시달리다 급하게 처분하는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신규대출을 억제해 놓은데다 기존대출 상환압박까지 동시에 가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처로 대출을 1건으로 줄여야 하는 사람이 20만명을 넘는다. 따라서 이번 조처의 시장 영향력은 의외로 클 수도 있다.
“1년만 버티자” 저항 거셀듯=하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 내년 이후 정책 변화 가능성 등에 기댄 다주택자들이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신한은행 한 지점의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되고 있는 조건부대출 회수에도 저항이 상당하다”며 “정부 정책이라고 설명해도 은행이 일방적으로 대출을 회수한다고 민원을 넣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고객들이 아직 기대심리가 있어서 대선 뒤까지만 참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2008년1월15일)이 대선 이후라는 점도 ‘버티기’ 심리를 부추기는 요소이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 따위 비난글이 올라오고 있다. ‘무리한 규제’라는 분위기는 감독 주체인 금감원 내부에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세대별 규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솜방망이’ 조처라는 비판도 있다. 1인1건이면 결국 한 가족당 여러 건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애초 청와대와 여당은 행정전산망을 은행에 제공해 다주택가구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부동산시장 경착륙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밀려 1인당 1건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석진환 기자 shan@hani.co.kr
안선희 석진환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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