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충격 발생일의 펀드 설정 증가액
지수 조정때마다 되레 자금 유입 늘어
1600선 무너지면 환매 요구 커질수도
1600선 무너지면 환매 요구 커질수도
외국인의 ‘매도 폭탄’이 한국 증시를 초토화시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지금까지 10조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코스피지수를 고점 대비 18% 이상 끌어내렸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34.4%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을 주도하던 2004년 4월26일과 견주면 보유 비중(44.14%)이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증시의 버팀목 구실을 한 것은 펀드 자금을 바탕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다. 직접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불안감을 못 이기고 외국인 투자자들과 함께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지난 16일의 ‘검은 목요일’에는 투매 양상마저 보였다. 반면 간접 투자자들은 조정기에도 펀드를 환매하기보다 꾸준히 자금을 집어넣으면서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향후 주가 움직임의 중요 변수로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팔자’세 진정 여부와 함께 펀드의 대량 환매가 발생하느냐, 아니면 펀드 자금이 계속 꾸준히 들어오느냐 여부를 꼽는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충격이 본격화한 7월27일 이후 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아직까지는 대량 환매 사태는 우려할 만한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자산운용협회 자료를 보면,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한 지 이틀 만에 1883.22로 주저앉은 7월27일, 국내 주식형 펀드로만 6639억원이 들어왔다. 그 이후 주가가 1900선을 회복한 뒤 지난 1일 1850선까지 내렸지만, 이날 역시 3700억원대의 자금이 펀드로 유입됐다. 8월6일과 10일 역시 주가가 1~4% 떨어졌는데도, 다른 날보다 많은 자금이 펀드로 들어왔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2004년 펀드 열풍이 분 뒤 2006년 초부터 간접 투자자들 사이에 주가 조정기마다 자금이 들어오는 ‘학습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차익 실현을 위한 펀드 환매가 지난 4월에 일단락된 뒤, 5월부터 펀드 자금이 순유입세로 돌아섰고 조정기마다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7월 말 주가 조정기에 하루 평균 3000억~6000억원이 들어오던 펀드 자금이 8월 들어 조정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둔화되는 양상인데, 조정 기간이 길어지면 자금 유입 둔화 속도가 빨라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 규모가 8월 들어 둔화하는 양상이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유입되는 자금 규모에 비해 기관투자가들이 집행하는 자금의 규모가 작아 기관의 주식 매수 여력은 여전히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1600선 이하로 떨어지면 과거 경험상 환매 압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부터 유입된 펀드 자금의 평균적인 주식 매수 단가가 코스피지수 1700~1750선에 걸쳐 있기 때문에, 1700선 이하에서는 평균적으로 손실을 입게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펀드 가입자들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할 때 환매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코스피지수가 1600대를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가 펀드 사이클의 악순환 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 17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와 유럽 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하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도 이번주 초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구원투수로 나선 만큼 일단 투자 심리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펀드 환매 사태도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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