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연준 의장
‘상왕’ 그린스펀 관심권 밀어내
“오락가락 신뢰추락” 혹평도
“오락가락 신뢰추락” 혹평도
“누가 정말 중요한 인물인지 분명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가 예상을 깨고 1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직후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내놓은 평가다. 이 잡지는 “회고록 발간을 전후해 집중 조명을 받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갑자기 관심권 밖으로 벗어났다”며, 이렇게 전했다. 최근 그린스펀 전 의장은 유력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정책에 훈수까지 두며 권위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이날 던진 ‘승부수’는 순식간에 모든 관심을 다시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전·현직 연준 의장이 최근 보여준 역전된 태도다. 증시가 침체되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그린스펀 효과’라는 표현까지 만들어 낸 그린스펀 전 의장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그가 말한 급격한 수준이란 0.5%포인트를 의미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버냉키 의장은 보란듯이 전임자의 충고를 무시한 셈이 됐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잘못된 투자 결정의 결과를 구제해 줄 수 없다”며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었다. 12개 연방준비은행 가운데 7곳만 0.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다는 사실은 그의 ‘변신’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충격 요법’으로 불리는 이번 조처를 이끌어 낸 버냉키 의장에 대한 평은 크게 엇갈린다. 증시와 금융권, 정치권은 대체로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한 은행 경영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이라며 연준을 치켜세웠다.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으로 소심한 테크노크라트일 뿐이라는 인식도 한번에 날려버리게 됐다.
그러나 시장의 압력에 굴복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경제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혹평도 만만찮다. 유로퍼시픽캐피털의 피터 쉬프는 “(연준의 조처가) 경기 침체를 몇분기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아주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몇년 동안 연준은 기준금리 변동을 사실상 예고한 대로 시행해 예측 가능성을 높였는데, 이번에는 버냉키 의장과 연준이 오락가락했다는 점에서 연준의 신뢰를 추락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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