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급증 우려” 금감원 메시지 받아들여
중소기업 “자금경색 신호탄 될라” 발동동
중소기업 “자금경색 신호탄 될라” 발동동
국민은행이 중소기업과 소호(자영업자)에 대한 신규 대출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신한은행 등도 중소기업 대출을 억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금융감독당국이 중소기업 대출 급증에 우려를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다소 풀리면서 투자를 고려했거나 자금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들은 신용경색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13일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이달 12일까지 접수된 중소기업 및 소호 대출 신청만 처리하고 “별도 통보 때까지” 신규 대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은행의 한 팀장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을 억제하기로 했다”며 “기존 거래고객에 대한 대출금의 기한 연장이나 재약정 등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금융감독원의 한 간부는 “여러 차례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은행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번에 시장 선두업체인 국민은행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다른 은행들도 점차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오는 20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외형 확대 경쟁과 중소기업 대출 쏠림 현상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여신이 많은 기업은행의 한 팀장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감독당국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적인 영업을 하되 대출 자금 용도 등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침체하자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올 3분기까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국민은행 10조원 △신한은행 9조4천억원 △우리은행 7조원 등 모두 34조8천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규모는 25조5천억원이었다. 한국은행 자료에선 지난달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은 8조원 이상 늘어나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전분기 말 0%대에서 1%대로 오르고 있다.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원화 강세 및 고유가 등으로 중소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탓이다.
시중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자금경색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은행에 20억원대의 신용대출이 있는 한 중견업체의 자금팀장은 “은행이 자금을 막 풀어놨다가 감독당국의 한마디에 반대로 가버리면 어떡하냐. 투자든 뭐든 계획적으로 해야 하는데 온탕, 냉탕을 반복하면 곤란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창근 한성인쇄 대표는 “당장 중소기업들 돈줄이 막히면 투자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된다”고 말했다.
소한섭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정책팀장은 “최근 경기회복 국면을 맞은 중소기업들에 일시에 자금경색을 조장할 만한 일이 터졌다”며 “부도율, 연체율이 높아지게 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국민은행의 신규 대출 중단이 가져올 시장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금감원 간부는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어서 부작용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혁준 임주환 김경락 기자 june@hani.co.kr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국민은행의 신규 대출 중단이 가져올 시장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금감원 간부는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어서 부작용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혁준 임주환 김경락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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