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 ‘분식회계 의혹’ 폭탄에 신음
김용철 변호사 폭로·청와대 특검 수용 ‘악재’로 급락
전자 4.26% 물산 한때 12%…수사결과·실적이 변수
전자 4.26% 물산 한때 12%…수사결과·실적이 변수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본 법무팀장)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27일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줄줄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는 53만9000원으로 전날보다 4.26%나 떨어졌다. 삼성에스디아이(SDI) 주가는 4.76% 떨어졌으며, 삼성물산 역시 2.05% 떨어졌다. 삼성물산 주가는 장중 한때 12% 가까이 빠지는 등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0.49% 떨어졌는데, 이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4.53%, 7.28% 급등하는 등 조선주가 강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분식회계 의혹 영향이 상당히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삼성전기(-5.38%)와 삼성증권(-2.89%), 삼성엔지니어링(-5.33%), 삼성카드(-2.04%), 호텔신라(-1.29%), 에스원(-4.30%) 등 삼성 계열 상장사들이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소폭(0.24%) 오르며 이틀째 반등세를 이어갔지만,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맥을 못추는 모습이었다.
특히 기관 투자가와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눈길을 모았다. 이날 증권선물거래소가 기관 순매도 상위 30위 종목을 집계한 결과,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삼성전기,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 7개가 포함돼 있었다. 개인 순매도 상위 1위 종목도 삼성전자로, 순매도 금액이 311억원어치에 이르렀다. 삼성중공업 주식도 순매도 상위 7위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최근 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 관련 분식회계 의혹 등 기업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비자금 특별검사 도입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수용하기로 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 수사를 통해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엔 더욱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원재 대우증권 정보기술(IT) 담당 애널리스트는 “내년에 정보기술주들의 경기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오늘 삼성전자 주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떨어졌다”며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역시 “아직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분식회계를 했다고 하면 기업의 이익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된다”면서 “김 변호사의 각종 의혹 제기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밖에 없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주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문제와 실적 변수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삼성그룹의 펀더멘털이 좋아 시장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이번 악재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삼성그룹 계열사 27일 주가 등락률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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