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 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유망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유망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주식형 자산이 100%라면, 3분의 1 정도는 비중을 줄여야 할 때다.”
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고객들이 주식투자를 많이 해야 돈을 버는 증권사의 사장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고 ‘과감한’ 발언이다.
유 사장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해”라며 “주식 일변도의 투자, 특정 국가에 대한 집중 전략에서 탈피하고, 대신 원자재 등 상품(commodity)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식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지난해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며,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1700∼2300선으로 추정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커진 가장 큰 이유로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말미암은 국제 금융시장의 출렁임을 꼽았다. 그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액이 300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현재 드러난 부실 규모는 700억달러 정도인데, 만약 추가로 미국 주택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손실 규모는 추정하기조차 힘들게 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도 주식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주석, 팜오일 등 원자재가 풍부한 지역인데다 중동 오일머니가 유입되는 지역인 만큼 올해 투자하기 적합한 지역”이라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상품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최근 관련 펀드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증권업계는 과거 몇 년간 좋은 여건에서 영업을 했고, 그만큼 투자자들의 기대도 높아졌지만 올해는 영업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에 따라 올해를 성장과 내실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세계화를 위한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화를 위한 전략으로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인도차이나 반도, 중국·홍콩을 위시한 범중국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주축으로 한 동남아시아, 러시아를 거점으로 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4대 금융 허브로 구축해서 점차적으로 ‘금융 영토’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