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 이후 미·중 주가지수 추이
미 침체 우려에 아시아 증시 급락…코스피 1700 붕괴
수출 많은 아시아 ‘미 소비시장’ 영향 과소평가한 듯
수출 많은 아시아 ‘미 소비시장’ 영향 과소평가한 듯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날로 커지면서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 경제와의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거론되며 상대적으로 미국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증시와 아시아 신흥국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동안 많은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둔화되더라도 아시아 국가의 성장에 힘입어 아시아 증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뒤에도 중국 증시는 견조한 모습을 보였고, 국내에서는 중국 펀드 열풍까지 불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최근 무참히 꺾였다. 이와 함께 미국 경제와 미국 증시의 파장을 지금까지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700선을 지키지 못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50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홍콩과 인도, 말레이시아 등 모든 아시아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그동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해 거의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던 중국 은행들이 예상보다 큰 투자 손실을 입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곧바로 큰 충격에 빠졌다.
투자은행 비엔피(BNP)파리바는 이날 중국 은행의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손실에 따른 상각액이 48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선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엔피파리바가 추정한 중국 은행의 서브프라임 관련 상각액 추정치는 애초 예상치보다 8~10배 높았다”며 “중국 은행주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당분간 중국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뿐 아니라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조정을 덜 받았던 아시아 신흥국 주가도 안심하지 못할 상황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가가 많이 빠졌을 때 인도와 러시아, 말레이시아 주가는 덜 빠졌다”며 “하지만 서서히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아시아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생한 문제가 신용경색과 기업 실적, 경기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미국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국가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예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의 경기둔화가 중국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중국 전체의 소비 규모는 미국의 5분의 1정도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증시와 중국 경제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이 올해도 10%대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지만, 증시는 다분히 출렁댈 여지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수익배율(PER)이 50배를 넘을 정도로 고평가된 상황에서 미국발 경기둔화라는 악재는 올해 내내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양선아 윤은숙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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