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대출금리 하락세…주식시장 불안…규제 완화
투자처 잃은 단기 부동자금 급증…부동산에 쏠릴 가능성
종부세완화 등 새정부 정책 한몫…학군수요 부활 조짐도 최근 부동산시장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새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데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다니는 단기 부동자금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 부동산으로 자금 회귀? =무엇보다 금리나 시중 자금이동 등 금융쪽 변수들이 심상치 않다.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된 과잉유동성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로서는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남는 장사’가 됐고, 은행들 또한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영업으로 ‘집 사기’를 부추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세금 강화와 같은 투기억제 정책 효과이기도 하지만 금리가 높아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 또한 크다. 하지만 최근 다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4일 현재 5.41%까지 떨어지면서, 은행들이 이에 연동시킨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를 8%대에서 7%대로 내린 상태다. 시디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들도 자금사정이 풀려 다시 대출경쟁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 만약 한국은행이 경기둔화를 우려하며 콜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시중금리는 더 가파르게 내려갈 수밖에 없다. 시중 자금흐름에도 큰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펀드붐을 타고 주식시장으로 몰려갔던 시중 유동성이 최근 주식시장이 불안해지자 ‘관망모드’로 돌아섰다. 초단기 자금운영처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지난 1월 수신증가액은 8조9636억원에 이른다. 이런 단기부동자금은 여차하면 부동산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 강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외 주가가 하락하고 우리나라를 제외한 국외 부동산 시장도 대부분 급락한 상태기 때문에 투자할 곳이 달리 없는 상황”이라며 “시중 뭉칫돈들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집값 거품 다시 끼나?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부동산시장에 돈이 몰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부동산시장의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택공급을 늘릴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집값 상승은 감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 9월에 도입하겠다는 ‘지분형 분양주택’으로, 이는 서민용 중소형 주택에 시장원리를 접목해 투자자와 입주자가 절반씩 투자하도록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분양값보다 시세가 꾸준히 올라야 성공할 수 있는 주택공급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올 하반기 이후로 시기를 미루기는 했지만 종합부동산세를 손대기로 한 방침도 집값에 벌써부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보였던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집값이 올 들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종부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세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한데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마저 내리면서 주택 구입을 저울질 하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기반시설부담금을 폐지해 수요가 있는 도심에서 주택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한 부동산시장의 반응도 분명하다.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중·저층아파트, 강북에서는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단독·연립주택 밀집지역의 땅값, 집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또 대학입시 자율화, 영어비중 확대로 사교육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동안 부동산시장에서 사라졌던 ‘학군수요’도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모처럼 안정세로 돌아선 집값이 거품을 확실히 빼지 못한 채 재상승하게 된다면 이에 따른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새 정부가 예고한 규제 완화가 현실화할 경우 다시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 심각한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종훈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강남학군 유리해진다” 대치동 전세 품귀현상
▶은행 부자고객,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유턴’?
▶[사설] 섣부른 교육정책이 집값 흔드는 일 없어야
종부세완화 등 새정부 정책 한몫…학군수요 부활 조짐도 최근 부동산시장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새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데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다니는 단기 부동자금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 부동산으로 자금 회귀? =무엇보다 금리나 시중 자금이동 등 금융쪽 변수들이 심상치 않다.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된 과잉유동성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로서는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남는 장사’가 됐고, 은행들 또한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영업으로 ‘집 사기’를 부추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세금 강화와 같은 투기억제 정책 효과이기도 하지만 금리가 높아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 또한 크다. 하지만 최근 다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4일 현재 5.41%까지 떨어지면서, 은행들이 이에 연동시킨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를 8%대에서 7%대로 내린 상태다. 시디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들도 자금사정이 풀려 다시 대출경쟁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 만약 한국은행이 경기둔화를 우려하며 콜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시중금리는 더 가파르게 내려갈 수밖에 없다. 시중 자금흐름에도 큰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펀드붐을 타고 주식시장으로 몰려갔던 시중 유동성이 최근 주식시장이 불안해지자 ‘관망모드’로 돌아섰다. 초단기 자금운영처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지난 1월 수신증가액은 8조9636억원에 이른다. 이런 단기부동자금은 여차하면 부동산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 강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외 주가가 하락하고 우리나라를 제외한 국외 부동산 시장도 대부분 급락한 상태기 때문에 투자할 곳이 달리 없는 상황”이라며 “시중 뭉칫돈들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집값 거품 다시 끼나?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부동산시장에 돈이 몰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부동산시장의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택공급을 늘릴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집값 상승은 감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 9월에 도입하겠다는 ‘지분형 분양주택’으로, 이는 서민용 중소형 주택에 시장원리를 접목해 투자자와 입주자가 절반씩 투자하도록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분양값보다 시세가 꾸준히 올라야 성공할 수 있는 주택공급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올 하반기 이후로 시기를 미루기는 했지만 종합부동산세를 손대기로 한 방침도 집값에 벌써부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보였던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집값이 올 들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종부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세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한데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마저 내리면서 주택 구입을 저울질 하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기반시설부담금을 폐지해 수요가 있는 도심에서 주택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한 부동산시장의 반응도 분명하다.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중·저층아파트, 강북에서는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단독·연립주택 밀집지역의 땅값, 집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또 대학입시 자율화, 영어비중 확대로 사교육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동안 부동산시장에서 사라졌던 ‘학군수요’도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모처럼 안정세로 돌아선 집값이 거품을 확실히 빼지 못한 채 재상승하게 된다면 이에 따른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새 정부가 예고한 규제 완화가 현실화할 경우 다시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 심각한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종훈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강남학군 유리해진다” 대치동 전세 품귀현상
▶은행 부자고객,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유턴’?
▶[사설] 섣부른 교육정책이 집값 흔드는 일 없어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