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트-에이(Alt-A) 채권 관련 일지
S&P, 알트-에이 채권 1887개 등급 하향조정 고려
금융권 새 악재로…신용경색 확대 땐 손실 ‘눈덩이’
금융권 새 악재로…신용경색 확대 땐 손실 ‘눈덩이’
3월 첫 개장일인 3일 코스피지수가 1670선까지 미끄러졌다. 원인 제공자는 역시 미국이었다. 지난 주말 미국에서는 악재란 악재가 모두 터졌다.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의 최악 실적 발표와 소비심리 위축에 신용 위기 악몽까지 되살아났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문제는 신용 위기 확산 부분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이어 그보다 신용도가 높은 ‘알트-에이’(Alt-A) 모기지 채권에서까지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래에서 위로 신용위기가 확산되면, 투자은행들의 자금 압박은 가중될 수 있고, 이는 주식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알트-에이 채권 문제가 본격적인 관심사로 대두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그동안은 서브프라임 부실에 가려 큰 악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서브프라임 채권에 이어 알트-에이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고, 신용 등급도 계속 하향 조정되면서, 금융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2월19일 70억달러 규모의 알트-에이 채권에 대해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어 지난달 29일에 또 알트-에이 채권 1887개에 대해 추가로 등급 하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무디스도 알트-에이 채권에 대해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신용평가기관들이 알트-에이 채권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게 되면, 이들 채권의 가치는 하락한다. 채권 가치 하락은 이를 보유한 금융기관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알트-에이 채권 가치 하락은 여기에 투자한 업체들의 대규모 채권 매도를 유발할 수 있다. 앞으로 채권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누구든 손실을 보더라도 빨리 팔려고 들 것이다. 지난달 마지막 주 유비에스(UBS)가 알트-에이 채권을 시장에 대규모로 팔아버린 것이 한 예다. 이 때문에 이들 채권의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되고, 해당 채권을 갖고 있던 투자 은행들은 또다시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에는 영국계 헤지펀드 펠로톤이 알트-에이 채권 가치 하락으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직면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해 18억달러 규모의 ‘펠로톤 ABS 펀드’를 청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채권신용보증(모노라인) 업체들이 자금 조달로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은 듯싶었는데, 알트-에이 채권이 새로운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신용 위기가 다시 재점화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 은행들이 1분기에 부실을 청산하면 손실은 어느 정도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려도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도 “3월에는 주요 투자 은행 실적 발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트리플위칭데이 등 다양한 이슈가 많아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나친 낙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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