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순저축률
“내수침체 골 깊게 할수도”
개인 순저축률 14%P 떨어져 지난해 2.3%
세금 늘고 임금상승률, 경제성장률 못미쳐
개인 순저축률 14%P 떨어져 지난해 2.3%
세금 늘고 임금상승률, 경제성장률 못미쳐
가계의 저축 여력이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낮은데다 세금도 크게 늘어나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가 미진한 까닭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2007년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개인의 순저축률은 2006년 3.1%에서 지난해 2.3%로 또 다시 내려앉았다. 순저축률은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개인 순저축률은 지난 1999년 16.3%에서 이듬해 9.9%로 한자릿수로 떨어진 뒤, 줄곧 하락세를 타고 있다. 순저축 액수는 1999년 58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12조6천억원까지 줄었다. 지난 2002년 2.0%로 한때 사상최저치를 보인 적은 있으나, 이는 정부가 인위적인 내수경기 부양책을 쓸 때 가계가 신용카드 소비를 급격히 늘린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순저축률 하락은 가계가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소비를 더 많이 늘려왔음을 뜻한다. 2000~2007년 사이 8년간 가계의 소비지출은 연평균 7.42% 늘었으나 가처분 소득은 5.1% 증가에 그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과소비로 볼 수는 없다. 개인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같은 기간 명목 국민총소득 연평균 증가율 7.04%에 크게 못미치는 까닭이다.
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수준에 크게 뒤쳐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체 임금근로자가 받은 피용자보수는 연평균 7.6% 늘었다. 하지만 자영업 부문 종사자가 임금근로자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임금근로자 1인당 피용자보수로 보면 지난해 전년대비 3.85% 증가에 그쳤고, 최근 8년동안에도 연평균 4.7% 늘었을 뿐이다.
가계 부문에 대한 세금(신고 기준)이 급증한 탓도 있다. 최근 8년간 소득세와 기타 경상세는 연평균 11%나 늘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엔 세금 증가율이 22%, 23%에 이르렀다.
가계부분과 반대로 기업들의 수익은 크게 늘었다. 비금융법인의 영업잉여는 지난해 7.5%를 비롯해 최근 8년 사이 연평균 9.9% 늘었고, 금융법인의 경우는 연평균 11.7%나 늘었다.
가계의 낮은 저축률은 경기 후퇴 국면에서 가계의 대응능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원혁 연구위원은 “가계대출이 쉬워지면서 가계가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언제라도 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믿고 저축에 신경을 덜 쓰는 측면이 있다”며 “저축률의 급격한 하락은 최근 미국에서처럼 경기가 후퇴할 때 가계의 대응력을 떨어뜨려 내수소비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6년 기준 미국의 가계 순저축률은 -1.1%까지 떨어졌다. 영국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독일은 10.7%, 일본은 3%, 대만은 12.2%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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