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관련 펀드 수익률
폭락뒤 500선 안착…정부의 주가변동폭 제한 ‘극약처방’
시장 좁고 변동성 큰 게 최대 약점…증시정책등 주목해야
시장 좁고 변동성 큰 게 최대 약점…증시정책등 주목해야
1년여 만에 반토막 났던 베트남 증시가 최근 다소 기력을 되찾은 듯하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어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을 받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낙관할 만하다는 평가가 많다.
베트남 비나(VN)지수는 지난 11일까지 13거래일 동안 8.5%나 상승해 539.01까지 올라섰다. 올 초 대비로 지난달 25일까지 46.1% 급락한 지수가 극적으로 반등한 것이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3월 1170.67에 견주면 무려 57.6%나 폭락했다가 기사회생한 셈이다.
주가 폭락이 멈춘 것은 무엇보다 베트남 정부가 나섰기 때문이다. 바닥을 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베트남 정부는 주가변동폭을 기존 5%에서 1%로 제한했다. 떨어지는 폭이라도 줄여보자는 극약처방은 시장의 혼란을 가라앉혔고, 이날 주가는 1.62% 상승했다. 베트남 정부는 투자심리가 안정되는 듯 보이자, 7일 주가 변동폭을 2%로 상향 조정했고, 반등한 비나지수는 지난 9일까지 열흘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단숨에 11% 올라 500선까지 올라섰다.
그래도 안심하기엔 아직 이른 상황이다. 물가 상승 압력 탓에 베트남 증시 폭락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긴축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곡물·서비스 가격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의 물가 상승은 외국인 투자 급증에 따른 유동성 과잉에서 주로 비롯됐다. 지난해 1월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한 해 동안 외국인의 베트남 직접투자는 국내 총생산(GDP)의 26% 수준인 178억달러에 이르렀다. 여기에 국외 거주 베트남인들이 국내로 송금한 자금 등까지 포함하면 200억달러가 훌쩍 넘어선다. 신흥시장 국가로서 경제 성장 전망이 밝다는 점이 외국인들을 끌어당긴 것이다.
오재열 한국투자증권 중화시장팀장은 “한 나라 GDP의 26%에 해당하는 자금이 외국으로부터 들어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다보니 지난해 초부터 긴축정책을 펴게 됐고, 증시가 과열되면서 주식 담보대출까지도 막아버리자 증시에 자금이 말라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해가 막심한 건 베트남 주식펀드다. 최근 지수가 다소 반등했지만 손실률은 막대하다. 지난해 11월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최근 가장 수익률이 안좋은 경우는 -40% 가까이 손실을 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12월 중순~2007년 1월 중순까지 한달치 수익률만 무려 23%에 이르던 호시절은 당장 돌아오기 어려운 형편이다.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지금, 베트남 펀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시장 전문가들은 베트남 시장 자체가 워낙 좁고 변동성이 크므로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베트남 증시의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900조여원의 2% 수준인 20조여원에 불과하다. 작은 돈이 들고 나도 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베트남 정부의 증시 정책과 인플레이션 해소 방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 팀장은 “베트남 정부가 증시부양책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앞으로도 증시 부양 의지를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베트남 증시의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직접 투자가 많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극심하므로 이를 정부가 어떻게 해소하려 하는지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베트남 증시가 안정을 되찾으리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오 팀장은 “현재 베트남 주가가 많이 빠지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많이 사고 있다”며 “베트남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가 폐쇄형인데다 손해도 많이 본 상황이므로, 좀 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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