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사 “ 무주택자에 제한적 취급”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은 앞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탈 수 없게 된다.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가 올라 부담이 커진 사람들에겐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비상구’가 막힌 셈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오는 11일부터 상환 또는 보존 용도일 경우 보금자리론을 취급하지 말라고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에따라 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보금자리론으로 전환하거나(상환용도), 기존에 전세를 준 주택에 본인이 입주하고자 할 때(보존용도) 보금자리론을 쓸 수 없게 된다.
금융공사는 또 이전에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1년 이내 처분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출을 해줬으나 이날부터는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취급하도록 했다.
이처럼 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의 취급을 제한한 것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대출금리보다 조달비용이 더 높아져 팔면 팔수록 손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기준금리인 5년물 국고채 금리에 주택저당증권(MBS) 금리격차와 MBS 발행 비용을 더해 결정된다.
5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월2일 연 4.98%에서 이달 5일 현재 5.88%로 0.90%포인트나 치솟았다. MBS 금리격차도 3월말 0.43%에서 8월말 현재 1.63%로 급격히 상승했다. 반면 보금자리론 금리는 대출 기간별로 최고 연 7.25~7.50%로 4월말 이후 0.25%포인트 인상되는데 그쳤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본잠식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지만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상환이나 보전 용도는 전체 대출액 19조원의 20%정도”라고 말했다. 형편이 어려우니 원래 목적인 무주택자 내집마련에만 영업을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런 제한에 대해 정부투자기관인 금융공사가 고금리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의 탈출구를 막아버리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금자리론은 변동금리형 대출을 받는 고객들이 유일하게 갈아탈 수 있는 고정금리상품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연리 8%대 초반 수준까지 치솟아 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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