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금산분리 추가완화안 대통령에 보고
‘재벌 총수들 지배권 확장 수단’ 악용될 우려
‘재벌 총수들 지배권 확장 수단’ 악용될 우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재벌들이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기업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일반지주회사도 금융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되는 등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막는 금산분리 원칙이 더 완화된다. 이는 재벌들의 여유자금으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고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재벌 총수들이 이를 악용해 지배권을 확대할 경우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재벌에 대한 규제를 더욱 완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내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업무계획을 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만든 사모투자펀드는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15%로 제한하는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을 5년간 적용받지 않는다. 또 (일반)지주회사에 속한 사모투자펀드에 대해서는 자회사 최소지분 보유 의무(상장사 20%·비상장자 20%), 비금융사 소유금지와 같은 지주회사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내년 3월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취득 제한을 완화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데 이어 제2의 금산분리 완화방안이 추진되는 셈이다. 이동훈 공정위 사무처장은 “대기업집단의 사모투자펀드 설립과 운영이 쉬워지면 여유자금을 활용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원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지주회사가 은행 이외의 금융자회사를 두는 것이 허용되며,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다만 대주주 사금고화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자회사와 비금융자회사간의 출자는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지주회사로 바뀐 에스케이와 씨제이는 각각 에스케이증권과 씨제이창업투자의 지분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또 두산과 동양, 한화, 코오롱 등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재벌의 지주회사 전환도 쉬워진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가 이뤄지면 재벌들이 사모투자펀드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게 되는데, 사모투자펀드가 투자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까지 풀어주면 재벌의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사모투자펀드는 한시적 투자목적으로 운용하게 돼 있어 지배력 확장에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 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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