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장기투자 5천억 ‘저평가주 찾아라’
7월초 운용사 확정…중·대형 가치주 투자 전망
내년 주식투자 비중은 늘리고 채권은 낮추기로
내년 주식투자 비중은 늘리고 채권은 낮추기로
국민연금이 이르면 7월부터 시작해 올 하반기 동안 집행할 5000억원 규모의 장기 투자형 펀드가 어떤 종목을 사들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시가 두 달 가까이 게걸음을 치면서 시장 전문가들도 가치주 투자를 권유하는 터라 국민연금의 행보에 더 눈길이 쏠린다.
애초 국민연금은 지난 29일까지 1000억원씩의 자금을 운용할 5개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심사가 끝나지 않아 선정을 미뤘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7월 초에는 운용사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사 선정이 이뤄지면 자금 집행이 이뤄진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자금 운용방법 및 특징을 보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나 시장에서 적정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 장기적인 자산 관리를 통해 시장(코스피) 대비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으나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기업을 찾겠다는 얘기다. 매매회전율은 2년 동안 200% 이내로 제한했다. 사들인 종목은 자주 교체하지 않고, 오랫동안 보유하겠다는 뜻이다. 정종선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저평가된 우량주를 선점한 뒤 장기 투자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며 “사람들의 관심은 못 받지만 꾸준한 수익으로 배당을 하는 내재 가치가 높은 주식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우선 주가수익배율(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낮은 가치주가 꼽힌다. 기업이익이나 자산에 견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중원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상반기 차익 실현 기준은 코스피지수 1180포인트였는데, 이는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607조원으로 올해의 추정 주가수익배율로는 11.9배, 주가순자산배율로는 1.0배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이 찾고 있는 가치주도 이 수치 이하를 충족시키는 종목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은 코스닥 투자한도를 10%로 제한해,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는 자금은 500억원 미만이 된다. 또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를 하게 되면 코스피지수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중·대형주에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동국제강·에쓰오일·오시아이(OCI)·신세계·현대모비스·현대미포조선·한국가스공사 등이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가치 주 투자 행보와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위험도 증가하고 있는 때여서 가치 주 중심의 시장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 가치 주로 한섬·현대디에스에프(DSF)·삼양사·신원·태평양·현대에이치앤에스(H&S)·신도리코 등을 꼽았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는 30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2009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변경안’과 ‘2010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안’을 심의·의결해, 내년도에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주식 비중은 18.8%에서 21.7%로, 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5.0%에서 6.4%로 비중이 커진다. 반면, 채권은 76.1%에서 71.9%로 낮아진다. 기금운영위원회는 또 올해 하반기 국내주식 비중은 17%에서 15.2%로, 대체투자는 6.0%에서 5.0%로 줄이기로 했다. 국내채권은 69.3%에서 72.1%로 커진다.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235조4247억원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