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 표현에 은행쪽 발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광고의 법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은행과 증권사 사이의 입씨름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증권사가 시엠에이 신문광고에서 “시엠에이만으로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사용한 데 대해 은행 쪽에서 “사실과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며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증권사가 광고에서 ‘BANK’라는 단어를 쓴 게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 시엠에이 동영상 광고를 보면, 영문자 ‘BANK’가 ‘CMA’라는 글자 쪽으로 이동하면서 ‘CMA’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은행법 14조’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21일 “광고에서 사용된 영문자 ‘BANK’는 은행법 14조에서 은행 외의 금융기관에 대해 사용을 금지한 ‘은행’을 의미한다”며 “영문 표현을 썼다고 해도 일반 고객들이 ‘은행’을 의미하는 단어임을 명백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또는 ‘은행업무’가 시엠에이에 녹아들어갔다는 광고 표현은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증권사들의 연합체인 금융투자협회의 안광명 자율규제위원장은 “광고에 ‘은행’이 들어가는 게 아니고 기능적 의미로 ‘뱅킹’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증권사들이 ‘뱅킹’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요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은행 예금으로 오인할 수 있게 하는 시엠에이 광고를 중점 심의하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문제의 광고가 금융투자협회 자율 심의를 거쳐 나온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 당국은 일단 업계의 논란을 지켜보고 있지만, 요청이 들어오면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한편,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13개 증권사의 시엠에이 지급결제 서비스 개시일이 다음달 4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금융결제원이 은행권의 월말 정산 등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개시일 연기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