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내년도 경영전략
경영전략 수립 움직임 분주
‘공격경영 자제·내실 성장’
국외 진출·틈새시장 노려
‘공격경영 자제·내실 성장’
국외 진출·틈새시장 노려
‘2010년을 기다린다’
금융위기를 맞아 올해 줄곧 비상체제를 유지했던 은행권이 내년도 경영전략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공통된 기본전략은 일단 ‘선 수비, 후 공격’에 가깝다. 무리한 양적 성장에 나서기보다는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는데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각 은행들은 너나없이 내년 이후 경기회복세에 맞춰 자기만의 비장의 공격전술도 가다듬는 분위기다.
■ 국민은 ‘외환 강화’, 우리는 ‘신사업 몰두’ 선도은행격인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수비 강화에 더 치중하는 모양새다. 내년 경영 화두를 ‘혁신을 통한 가치경영’으로 잡은 국민은행은 공격 경영을 자제하고 안정적인 수익기반 위에 선도은행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류종찬 국민은행 전략본부장은 “내년에는 내실을 다지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무리한 목표를 잡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수익 기반을 창출하기 위해서 우리가 다른 은행에 비해 뒤져 있는 외환거래쪽 부분을 좀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캄보디아, 카자흐스트, 베트남 등 이미 진출한 곳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기회가 되면 사업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케이비(KB) 금융지주 차원에서 추진하는 인수ㆍ합병 전략은 하나의 변수다. 현재 케이비금융지주는 푸르덴셜증권을 포함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을 추진중이다. 최근 케이비지주 회장 대행을 맡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오는 23~24일 사외이사 및 경영진 워크숍을 갖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인 우리은행도 내실 위주의 안정적인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특히 황영기 행장 재임 당시 외형 확대 경쟁으로 인해 큰 후유증을 겪고 있는 우리은행은 “절대 공격 경영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출자전환 주식 매각 등 영업 외적인 부문에서 이익이 상당히 났지만, 내년에는 정상적인 영업이익을 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에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최근 ‘신사업 인큐베이터’를 발족해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착수했다.
■ 신한은 ‘국외’, 하나는 ‘틈새’ 노려 상대적으로 신한은행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편이다. 신한은행은 특히 국내 시장에서의 인수ㆍ합병 전략은 시너지나 비용절감 차원에서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국내보다는 국외 소매시장 개척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다만 국외 진출도 판을 크게 벌리는 방식보다는 교민들이 많거나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워둔 상태다. 임보혁 신한은행 전략기획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상당히 있을 것이고, 금융당국의 규제도 강화될 가능성이 커 수익을 낼 기회나 외형 성장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며, 여러 위험 요인에 대한 대비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권 ‘새판짜기’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기본전략은 일단 틈새 시장 공략이다. 고객의 요구는 있는데 아직 상품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을 발빠르게 찾아내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하나은행이 내놓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하나 369정기예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상품은 만기전에 해지해도 높은 금리를 주는 게 특징이다.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은 “금리상승기에 돈을 묶어 놓기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의 고민을 해소한 상품”이라며 “똑같은 상품을 놓고 무리하게 경쟁하기보다는 고객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찾아 틈새 시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