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간 0.4%p 급등…주택대출 이자부담 가중
변동금리 ‘기준’ 적정성 논란…고정금리 늘려야
변동금리 ‘기준’ 적정성 논란…고정금리 늘려야
지난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3개월물 은행채(AAA) 금리(연 2.79%)가 0.08%포인트 급락하는 등 채권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그러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되레 0.01%포인트 오른 연 2.81%로 마감했다. 최근 2개월 새 시디금리가 0.4%포인트나 급등한데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마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 시디금리가 대출 기준금리로 적절한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90%가량이 시디금리에 연동해 금리가 결정되는 변동금리형이다. 따라서 시디금리의 등락은 대출자들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중요한 관심사다. 그럼에도 시디금리 결정 방식과 함께 시디금리가 대출금리를 대표하는 기준으로 적절한지도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시디금리는 매일 금융투자협회에서 고시를 한다. 금투협은 오전, 오후 한 번씩 10개 증권사로부터 적정 시디금리를 통보받고 최고, 최저 금리 2개를 제외한 8개를 평균해 고시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시디가 거의 거래되지 않고 있어 시디금리 결정에 참가하는 증권사들은 은행채 등 다른 채권금리를 비교해 적당한 수준에서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일 금리가 오르내린 국고채, 회사채, 은행채와 달리 시디금리는 지난달 28일부터 9거래일 연속 약속이나 한 듯 0.01%포인트씩 상승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식의 시디금리 결정 방식 때문에 시디금리가 다른 채권금리에 비해 크게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은행들이 시디를 발행하지 않을 경우 다른 채권금리에 비해 오름폭이 적을 수도 있다. 실제 시디금리는 지난 4월16일부터 8월5일까지 넉 달가량 단 하루만 빼고 줄곧 연 2.41%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3개월물 은행채(AAA) 금리는 0.37%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은행의 자금 조달 구조상 시디금리가 은행의 변동금리형 대출의 기준금리가 되기에 적절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시디금리는 가계 대출의 70%, 중소기업 대출의 40%가량의 기준금리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시디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가산금리, 고정금리 대출 비중 높여야
시디금리가 은행의 조달금리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현상은 은행들의 과다한 가산금리 책정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연 7%대의 은행채 발행, 고금리 특판 예금 등을 통해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디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비싼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싼 금리로 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 대출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해 가산금리를 높게 붙여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인 시디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올해 8월 기준 2.97%로 2007년 평균 1.18%에 견줘 2.5배나 뛰었다. 문제는 한번 정해진 가산금리가 대출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은 앞으로 시디금리가 오를 경우 시디금리 상승분에다 높은 가산금리까지 더해 부담이 겹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디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들이 개인별로 가산금리를 조정해주거나, 가산금리 인하를 위해 금융당국이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시디금리가 아닌 실제 조달금리를 반영할 수 있는 금리지표를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지나치게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낮춰 대출자들이 금리 변동의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의 경우 6개월 이상 금융채에 연동하는 새로운 대출 상품을 개발하고, 중장기 대출에 대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방안 마련에 소홀했다”며 “근본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이 변동금리부여서 금리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 문제이기 때문에 고정금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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