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의 ‘자산운용 월드컵’
[한겨레 특집] 하반기 재테크
고수들의 ‘자산운용 월드컵’
최근 금융시장은 유럽 재정위기 재발과 중국 긴축정책 가능성, 금리 인상 움직임 등 각종 변수들로 가득 차 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면 클수록 개인투자자들은 자산을 관리하는 데 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14~16일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를 대표하는 개인자산관리사(PB) 10명에게 ‘불확실성 시대’에 자산운용을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 물었다.
자산 인플레와 더블딥 가능성 등 주요 이슈와 하반기 경기 전망을 바탕 삼아 주관식 질문 14개를 준 뒤 전자우편을 통해 유망 투자 종목 등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답변을 얻었다.
이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진 장세만큼이나 다양한 대처 방안을 내놓고 조언했다. 하반기 유망 투자 종목으로는 주식과 주식형 펀드를 추천하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부동산은 기피 대상 1호로 지목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1 대 1 맞춤 자산관리서비스인 증권사 ‘랩어카운트’에는 상반기보다 더 많은 돈이 몰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실적 대비 주가
금융위기때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어 1500 중반서 매수
1750서 매도할만 ELS·ELD 등
적립 ·분할투자 ‘공세’를 금리인상 전망에
채권·부동산은 ‘수세’ “1500 중반에서 매수, 1750에서 매도” 설문에 응한 자산관리 전문가 10명 가운데 9명은 하반기 재테크 유망 분야로 주식과 주식형 펀드를 1순위로 꼽았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하반기 수준까지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안원걸 신한은행 강남피비(PB)센터 팀장은 “하반기에는 주식 및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으나 시장은 경기회복에 따라 점차 안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코스피 주가 예상치는 1500~1950 사이였다. 류남현 삼성증권 에스엔아이(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1500 중반에서는 매수하고, 1700에 가까이 오면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위험 분산 차원에서 적립식 분할 투자를 하라는 주문이 압도적이었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피비팀장은 “기존 펀드는 주가지수 1750 수준에서 환매(이익실현)한 뒤 다시 분할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기피 대상 1호 ‘부동산’ 부동산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투자를 피하거나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채권이나 채권형 상품에 대해서도 5명이 피해야 할 분야로 꼽았다. 류남현 삼성증권 부장은 “3분기 말부터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이나 부동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부동산의 경우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조정 폭이 적었고, 인구 변화나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의 경우, 그동안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특히 외국인의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채권시장이 좋았지만, 앞으로 이런 호재들이 점차 사라질 것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내집마련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이후로 늦추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실수요자라면 올 하반기 금리 인상 시기에 급매물을 매수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류남현 삼성증권 부장은 “조건이 된다면 10월에 있을 3차 보금자리주택 분양에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에 매수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정병민 우리은행 팀장은 “미분양 물건이 해소되고 제반 환경 변화가 끝나가는 2011~2012년 무렵이 좋다”고 조언했다.
변동성 장세엔 적립식 분할 투자로
각종 악재의 돌발 출현, 널뛰는 주식시장, 금리인상 가능성 등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의 해법이 쏟아졌다. 그러나 공통된 의견은 적립식 분할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시장의 방향성이 불확실하므로 펀드의 경우 저가 매수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적립식 투자가 좋고, 목표수익 실현 전략으로 그때그때 적절한 대응을 하라는 얘기다. 가장 많이 언급된 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예금(ELD)이다. 블루칩 위주의 주식 등 안정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일부를 옵션에 투자해 위험을 회피(헤지)할 수 있어 시장의 등락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재테크 수익률은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백미현 기업은행 강남피비센터 팀장은 “변동성은 크지만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어 예전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하반기 재테크 수익률은 10~15%”라고 내다봤다. 윤상설 미래에셋증권 신림지점장도 “해외펀드 비과세 일몰 정책, 금융종합과세 등을 고려할 경우 목표수익률을 보수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며, 5~15%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더블딥 가능성 낮아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2010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5월 다시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면서 성장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9명은 더블딥 가능성이 낮거나 없다고 전망했다. 윤성환 대우증권 피비갤러리아 센터장은 “현재로서는 글로벌 공조체계가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판단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유럽 위기가 영국·프랑스로 전이될 가능성과 어려움에 처한 미국 캘리포니아지방정부를 거쳐 다시 미국 본토로 전이되면서 달러 중심 체제의 위기까지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김용운 국민은행 수지피비센터 팀장은 “조만간 더블딥까지 갈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과도한 출구전략을 실행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산인플레 가능성 반반
자산인플레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유럽 위기 등으로 출구전략이 늦어질 경우 광범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인플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쪽은 물가 인상 우려를 내세웠다. 백미현 기업은행 강남피비센터 팀장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7%이지만, 생산자물가 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4.6%로 상승하고 있어 향후 물가 상승을 예견하고 있다”며 “적정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산인플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자산인플레 가능성이 없거나 낮다고 답한 전문가는 모두 5명이었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곧 이뤄질 것 같다는 전망을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어, 역으로 출구전략이 늦춰질 경우 자산인플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정병민 우리은행 팀장은 “점진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산인플레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용운 국민은행 팀장은 “점진적으로 떨어지던 부동산 가격의 하락 속도가 좀더 빨라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따른 개인들의 소비 감소와 투자심리 악화가 디플레이션의 주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3분기나 4분기에 0.25~0.5%가량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실적 대비 주가
금융위기때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어 1500 중반서 매수
1750서 매도할만 ELS·ELD 등
적립 ·분할투자 ‘공세’를 금리인상 전망에
채권·부동산은 ‘수세’ “1500 중반에서 매수, 1750에서 매도” 설문에 응한 자산관리 전문가 10명 가운데 9명은 하반기 재테크 유망 분야로 주식과 주식형 펀드를 1순위로 꼽았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하반기 수준까지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안원걸 신한은행 강남피비(PB)센터 팀장은 “하반기에는 주식 및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으나 시장은 경기회복에 따라 점차 안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코스피 주가 예상치는 1500~1950 사이였다. 류남현 삼성증권 에스엔아이(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1500 중반에서는 매수하고, 1700에 가까이 오면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위험 분산 차원에서 적립식 분할 투자를 하라는 주문이 압도적이었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피비팀장은 “기존 펀드는 주가지수 1750 수준에서 환매(이익실현)한 뒤 다시 분할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기피 대상 1호 ‘부동산’ 부동산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투자를 피하거나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채권이나 채권형 상품에 대해서도 5명이 피해야 할 분야로 꼽았다. 류남현 삼성증권 부장은 “3분기 말부터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이나 부동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부동산의 경우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조정 폭이 적었고, 인구 변화나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의 경우, 그동안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특히 외국인의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채권시장이 좋았지만, 앞으로 이런 호재들이 점차 사라질 것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내집마련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이후로 늦추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실수요자라면 올 하반기 금리 인상 시기에 급매물을 매수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류남현 삼성증권 부장은 “조건이 된다면 10월에 있을 3차 보금자리주택 분양에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에 매수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정병민 우리은행 팀장은 “미분양 물건이 해소되고 제반 환경 변화가 끝나가는 2011~2012년 무렵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수들의 ‘자산운용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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