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 추이
5개월만에 1120원대 추락
외국인 투자 급증이 큰 원인
정부 “급락 땐 개입할 것”
외국인 투자 급증이 큰 원인
정부 “급락 땐 개입할 것”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며 5개월 만에 1120원대로 내려갔다. 정부는 “환율이 급등락할 경우 안정조처를 시행하겠다”며,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8.10원 내린 1122.3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5월4일 1115.50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8월 말에 견줘 75.90원이 떨어져, 최근 한달여간 하락률이 6.3%에 이른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국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4월26일 1104원까지 떨어져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천안함 사태와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5월23일 1253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7월 하순부터 1180원대의 박스권 흐름을 보이다 9월 들어 가파른 하락세다.
환율 하락(원화강세)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급격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4조3000억원을 사들이고 채권시장에서 3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달러는 넘치고 상대적으로 원화 수요는 증가해 환율을 끌어내렸다.
무역수지 흑자 행진도 환율 하락 압력을 키웠다. 지난 9월 무역수지를 보면 50억8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도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대내외 금리 격차 확대로 달러 유입을 초래한다.
글로벌 시장을 봐도 달러 약세는 대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국채 매입 확대를 통한 양적 완화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당분간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 환율을 1150원 선으로 예상했는데,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면 추세적으로 1100원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간의 환율정책 대립으로 환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에서의 움직임을 최대한 존중하되 쏠림에 의한 환율 급등락에는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개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어서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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