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보다 1조7천억 늘어
정부가 지난 8월29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사실상 철폐하는 부동산대책을 내놓자, 곧바로 은행권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8월 한달간 주춤하던 부동산담보대출이 9월에는 다시 급증했다.
1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76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판매 대행한 뒤 양도한 금액(1조원)을 포함하면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7000억원으로 더욱 커진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9월 4000억원 감소한 이래 그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다, 하반기 들어 주택경기 침체로 지난 8월에는 3000억원(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한 보금자리론 제외)이 줄었다.
하지만 정부가 8·29 대책을 통해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푼 뒤, 다시 대출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을 두고,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등 집단대출 수요가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입주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을 위해 빌리는 대출로 디티아이 규제 대상은 아니다. 김현기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디티아이 규제를 안 풀었으면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고, 디티아이 규제 완화가 크게 영향을 안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며 “디티아이 규제 완화 효과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액도 따라 늘었다. 지난 9월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21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3000억원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대출 감소(-4000억원)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확대됐다.
한편 지난달 은행수신 잔액은 1041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3000억원 줄었다. 정기예금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시장성수신, 수시입출식 예금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달 정기예금은 6조1000억원 늘어 한달전(7조3000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1조8000억원 줄었다. 자산운용사 수신잔액은 326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원 감소했다. 머니마켓펀드(MMF)가 5000억원 줄어든 가운데 주식형펀드에서 3조5000억원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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