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또 달러찍어 추가 경기부양 나설 듯
‘유동성 잔치’ 금융 달구지만 세계경제 불안감
‘유동성 잔치’ 금융 달구지만 세계경제 불안감
미국이 또다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발권력(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동원해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입니다.
이 정책은 지난 2008년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한차례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 연준은 1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돈을 풀었습니다. 그때 풀린 돈은 부실화된 금융자산을 메워 주는 데 쓰였습니다. 이미 1년 전에 쓴 정책이어서 11월 나올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시장에선 2차 양적완화(QE2)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은 더블딥(경기 재침체) 우려가 커지자 다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이는 엔화 강세로 고민하는 일본을 자극해 일본 중앙은행도 엔화를 더 풀 계획입니다. 미국이 달러를 더 찍어내면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엔화 강세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증시와 상품시장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따른 저금리 지속과 유동성 증가 기대가 이들 시장 강세를 이끌고 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실 양적완화 정책을 가장 먼저 쓴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었습니다. 19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한 뒤 일본에선 정책금리를 0% 수준까지 낮췄음에도 극심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일본 중앙은행은 2001년부터 5년 동안 은행들이 보유한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동원했습니다.
시장에선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 대출과 투자, 소비촉진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적완화라는 유동성 잔치로 글로벌 자금들이 신흥국 증시와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실물에 투자되기보다 쉽게 치고 빠질 수 있는 금융시장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는 한국 금융시장에 후폭풍을 낳고 있습니다. 주가가 뛰는 것은 물론 채권과 원화 값도 치솟고 있습니다. 이른바 트리플 강세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투기성 자금도 끼어들어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트리플 강세를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죠. 이런 우려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초완화 정책으로 유동성 홍수가 세계경제에 불안을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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