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두 갈래 전망
현대그룹 ‘MOU 해지 금지’ 받아도 실사·본계약 미궁
‘1조2천억원’ 출처 의혹 안풀리면 표류 장기화 가능성
‘1조2천억원’ 출처 의혹 안풀리면 표류 장기화 가능성
현대그룹이 양해각서(MOU) 해지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고 현대자동차그룹도 입찰 주관사인 외환은행의 실무자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압박함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 작업의 향후 시나리오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채권단 쪽은 12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법적 대응에 관계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향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매각 원칙과 절차에 대한 상호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만큼, 양해각서 해지 여부와 상관없이 매각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현대그룹이 제기한 양해각서 해지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중요하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현대그룹이 14일 자정까지 프랑스 나틱시스 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나 구속력 있는 ‘텀시트’(Term sheet·세부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양해각서 효력이 유지되고 매각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채권단이 양해각서 체결 이후 절차인 실사 단계에서 문제를 삼거나 본계약에서 ‘딜’을 깰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본계약 단계에서 주주협의회 결의로 계약 체결이 무산되면 현대그룹도 소송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과 상관없이, 현대그룹이 14일까지 대출 계약서나 그에 준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매각 절차는 진행된다. 채권단은 지난 7일 현대그룹에 보낸 공문에서 기존에 요구하던 ‘대출계약서’ 대신 ‘대출계약서 혹은 텀시트’로 요구 조건을 완화한 바 있다. 계약서를 내지 않더라도 계약서에 준하는 서류를 제출한다면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채권단은 “계약서는 물론 부가서류까지 제출하라는 의미로 더 강화된 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조건 완화’ 등을 문제 삼아 외환은행 실무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외환은행을 상대로 500억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증빙 서류제출로 양해각서를 해지하지 않고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현대차그룹 쪽의 법적 대응 등으로 인해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만약 현대그룹이 끝내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채권단이 주주협의회를 열어 양해각서 해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양해각서를 해지하더라도 채권단이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매각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이 “매각 주체를 상대로 어떠한 소송 등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입찰확약서를 근거로, 현대차그룹이 고발장을 실제 접수하면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고발하지 않는다면 채권단은 현대차그룹과 협상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현대그룹이 반발해 소송을 제기할 게 뻔해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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