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 5조1천억 준비된 현대차로 기운듯
현대그룹 “현대차 이의제기는 자격박탈 사유” 반발
현대그룹 “현대차 이의제기는 자격박탈 사유” 반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매각 협상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현대그룹과 ‘딜’이 깨지면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매각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는 17일 현대그룹 주식매매계약(본계약) 체결 승인안 및 양해각서(MOU) 해지안과 함께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 문제는 추후 전체 주주협의회에서 협의해 결정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안건도 상정했다. 이를 두고 채권단 안팎에서는, 매각절차를 원점으로 돌리기보다는 협상 대상을 현대차그룹으로 바꿔 진행하는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현대건설을 팔지 않기로 결정을 하면,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뚜렷한 명분을 찾기 힘들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체적인 기류는 현대건설 매각을 이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쪽”이라며 “5조1000억원(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인수금액)을 받을 수 있는 ‘딜’을 뚜렷한 명분 없이 무산시키면 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려면, 주주협의회 내부의 의결권 비율 기준으로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주협의회 소속 9개 기관의 의결권 비율은 외환은행 25%, 정책금융공사 22.5%, 우리은행 21.4%, 국민은행 10.2% 등이다. 정부의 의중을 반영할 가능성이 큰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이 모두 반대하면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진행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결국은 여론의 동향 등을 고려한 정부의 최종 판단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 작업의 진행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낸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현대그룹의 반발을 다소 무마시킬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생각도 내비치고 있다. 즉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교체를 승복한다면 이행보증금을 돌려주고, 소송을 내는 등 문제를 확대시킨다면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채권단 기류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그룹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쪽은 19일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채권단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매각을 유찰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반발이나 여론의 비난을 두려워해 혹시 ‘판을 깨지 않을까’라는 우려에서 나온 주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각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현대건설의 조속한 정상화에 역행하고, 국내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현대그룹 쪽은 “현대차가 입찰규정상 엄격히 금지된 이의제기를 계속하는 건 예비협상대상자의 자격 박탈 사유에 해당된다”며 현대차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가능성 차단에 적극 나섰다. 또 “채권단이 현대차에 굴복해 공정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법과 규정을 무시한 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현대차에 대한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현대차로 넘어가면 현정은 회장 중심의 그룹체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어, 현대그룹은 이후 민형사 소송, 국회 국정감사 요구 등 전방위적으로 채권단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헌 황예랑 기자 minerva@hani.co.kr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현대차로 넘어가면 현정은 회장 중심의 그룹체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어, 현대그룹은 이후 민형사 소송, 국회 국정감사 요구 등 전방위적으로 채권단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헌 황예랑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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