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주가에 호재 될 수도”
금융권 “은행권으로 부실 전이”
금융권 “은행권으로 부실 전이”
케이비(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부실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김석동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금융권역별로 운영하던 예금보험기금과는 별도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예보기금 공동계정을 설치하자는 금융당국의 제안에 대해서도 은행권이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6일 “금융지주사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정부가 저축은행 부실 채권을 일부 매입함으로써 매수자의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수준은 검토중이지만, 저축은행의 부실을 일부 털어준 뒤, 금융지주사가 인수하도록 하는 게 기본 구조”라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이날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인수 대상 저축은행의 부실 채권을 어느 수준까지 털어주느냐다. 당장 금융지주사들은 정부의 기금으로 부실 채권을 최대한 인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부실을 우리가 떠안으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부실 채권을 모두 정리해서 순자산 부족분을 다 메워줘야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 정리를 위한 재원으로는 구조조정기금과 예금보험기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쪽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다면,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특혜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이 금융시스템 리스크 방지라는 명분으로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면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케이비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3.13%와 2.89% 급락했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2.44%, 1% 하락했다. 반면 진흥·제일·한국·서울·솔로몬저축은행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과거 부실을 떠안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부실은 어차피 인수자가 책임져야 하는데, 이 문제를 시장에서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 현실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의 부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 인수가 (금융지주) 주가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며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이 안정되고 사업다각화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수익구조도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는 저축은행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5%가 안 돼 적기시정 조처를 받은 곳을 중심으로 5~6곳이 1차 인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김수헌 최혜정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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